神이 모르도록 밤에 먹는 복숭아
神이 모르도록 밤에 먹는 복숭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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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6권 기사에 ‘태조의 장의(葬儀)에 기재된 내용 중에서 복숭아나무 등은 이미 덜어버리고 쓰지 아니하였으니 이번 순효대왕(順孝大王-정종)의 장례에는 쓰지 마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의 창세기에는 여러 형태의 신들이 있었는데 하나씩 생기는 신은 독신이라 하여 히도리나리노 미꼬토(獨化天神)라 하고, 둘이서 함께 생겨난 신은 도모다리노 미꼬토(俱生天神), 남신과 여신이 함께 생겨난 신을 가리켜 후다리노 미꼬토(二生天神)라 구분한다. 창세시대 맨 마지막에 태어난 도모다리노 미꼬토가 이자나기노 미꼬토(伊邪那岐命)와 이자나미노 미꼬토(伊邪那美神)는 부부신인데 남편인 이자나기가 부인이 죽은 다음에 낳은 신으로서 그들이 태양의 신으로 받드는 여신 아마데라스 오호미카미(天照大神)이다.

이자나기는 죽은 부인이 보고 싶어 황천국(黃泉國)으로 가서 부인 이자나미에게 그만 돌아가자고 청하니 이자나미가 그렇다면 천신에게 물어 본 후 결정하겠으니 남편 이자나기에겐 그 동안 자신의 모습을 보면 안 된다는 약속을 한 후 천신에게로 갔다.

그 사이 기다리다 못한 이 남편신은 부인의 죽은 신체를 보는데, 여기서 갑자기 생겨 난 8명의 뇌신(雷神)에 의해 놀라 정신없이 도망쳐 나온다. 이 와중에 1천500명의 황천국 군사들도 함께 이자나미를 쫓는데, 때 마침 요모쯔 히라사카(黃泉比良坂) 언덕에 있는 복숭아나무의 열매 3개를 따서 군사들에게 던졌더니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허급지급 도망갔다. 복숭아 열매 3알은 참으로 큰일을 해냈다. 이 복숭아나무에게 오오도까쯔미노 미꼬토(意富加牟豆美命)라는 이름을 붙여 기념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중국의 한나라(漢, 기원전 206년~220년) 제도 중 복숭아와 관련한 내용이 있는데, ‘도인(桃印 설날에 악귀를 쫓기 위해 문짝에 붙이는 복숭나무 조각에 길한 내용의 글을 적음)으로 악한 기운을 멈추게 한다’고 하였고, 중국 동진(東晋) 사람인 쓴 신선도(神仙道)의 이론을 세운 책인 포박자(抱朴子)에도 적령부(赤靈符 붉은색 부적)를 만든다고 했다. 이것이 모두 단오의 옛 제도요 지금의 부적을 붙이는 제도가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풍습은 천중절(天中節 단오)에 임금이 사는 대궐의 문설주에 붙여 불길한 재액을 막게 한다’고 했다.

삼국유사에서 역신(疫神)을 물리친 처용을 형상화하면서 사모(紗帽)위에 목단화(=모란화) 2송이와 분홍색 꽃에서 난 복숭아열매 7개와 그 가지를 꽂았다고 그리고 있다. 처용탈 바탕의 붉은 색은, 금줄에 붉은 고추를 끼워 둔다거나 동짇날 팥죽을 쑤어서 사방에 뿌려 잡귀를 예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붉은 주석가루를 이용하여 글이나 그림을 그려 ‘신의 언어’라고 하여 잡귀를 쫓는 부적에서 붉은 색이 갖는 벽사( 邪)의 이치와 같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복숭아나무는 담 안에 심지 않고 제삿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음도 그러한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동방삭이가 삼천갑자의 나이를 먹을 수 있었던 그 건강은 곤륜산 정상에서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었기 때문이며, 신선들은 불로장생처인 무릉도원의 상징인 복숭아 열매 주렁주정 달린 나무그늘 아래에서 유유자적하고 있다. 봄철이 되면 어떤 과수보다 일찍 꽃이 피면서 봄을 상징하는 복사꽃 그 열매인 복숭아 껍질은 뽀얀 우윳빛이나 속살은 더욱 매력적이면서 여러 가지의 색을 품고 있다.

신선이 즐겨 먹었다는 천도복숭아는 털이 없다. 그러나 일반 복숭아는 털이 있어 먹기 수월하지 않다. 신선의 생활을 흉내 내지 말라는 의미인가? “복숭아는 밤에 먹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맛과 벌레”를 대비시켜 서로 상충되는 의미를 갖다 붙이고 있다. 왜일까? 유독 갈등을 품고 있는 복숭아는 맛만큼이나 참으로 기이한 과일이 아닐 수 없다.

복숭나무의 원산지인 중국 황하 유역에서 과수가 번져 나가면서 나무와 함께 부적이야기도 함께 전해 온 것일까? 한ㆍ중ㆍ일 세 나라는 오래 전부터 복숭나무와 그 열매가 잡귀를 쫓는 주술적 의미를 지닌 대표격 영물로서 여태껏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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