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을 솔직하게 밝혀라
속마음을 솔직하게 밝혀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04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와이 앞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던 관광객의 보트가 뒤집혔다. 그는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악어가 겁나서 전복된 보트에 매달려 있었다. 해변에서 한 노인을 발견하자 그는 “이 근처에 혹시 악어가 있나요? “라고 소리쳐 묻자 “악어는 없어진지 오래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안전하다고 생각한 관광객은 느긋하게 해변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변으로 반쯤 접근 했을 때 “그런데 어떻게 악어들을 없앴어요?” 하고 물었다. 노인이 대답하길, “우리가 악어를 어떻게 한 게 아니라 상어들이 나타나서 다 잡아 먹어버렸다오.”

능구렁이같은 노인이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사람들이 솔직하다. KCMC(다국적기업 한국인 CEO 모임)에 만찬 특강 강사로 초빙 받아 갔을 때다. 시작멘트다.

“오늘 유머경영의 원조 사우스웨스트 항공 켈러허회장을 소개하려했지요. 강의 바로 직전 청중 한 분과 명함을 교환했어요. 근데 그 분이 사우스웨스트 항공 한국지사사사장님인거에요. 오늘 일이 잘 풀리는구나 생각했는데… (몇몇 청중 킬킬거림) 자세히 명함을 살펴보니 그 분이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아니라 경쟁사인 노스웨스트 항공 한국지사장인거에요… (모든 청중 한바탕 웃음)… 일이 안 풀려도 이리 안 풀리나… 거듭된 후회가 생기는 거에요, 차라리… 다른 예화에 대해 준비할 걸, 아니면 차라리 내가 늦게 도착해서 누가 누군지 모른 상태라면 차라리 부담없이 강의할 걸”

그러자 청중들이 와~하고 배꼽을 잡고 웃는다. 물론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간접전달 받는 입장이기에 뭐가 그리 재미가 있어? 할 수도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원래 웃음이란 그 상황을 잘 알고 같이 느끼고 몰입한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것이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이렇다. 일이 안 풀릴 때 당황하거나 숨기려 말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밝히라는 말이다. 강사로서 내가 당황하고 긴장된다는 사실, 배가 살살 아프다든가, 뭔가 일이 꼬이고 있다는 걸 솔직히 밝히면 청중은 마음을 열어준다.

‘그래, 저 사람 강사지만 자기도 인간이지… 뭐 매사 일이 잘 풀리겠어, 어려울 때도 있겠지.’

속마음 밝히기, 내가 자주 써먹는 유머기법 중 하나다. 사실 연사가 준비한 대로 매사가 풀리는 경우란 드물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생각나고 깜빡하고 원고지나 시계를 가방에서 꺼내지 않은 상태에서 연단에 선 경우도 있다. 강의 시작하려는데 지퍼가 열려있기도 하고 누군가 난처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다운 시키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감정은 엉망이 된다. 그 감정을 안 그런 척 넘어가려하면 대부분 더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얼굴이 벌개지고 말이 버벅대며 나온다. 이럴 땐 차라리 내가 처한 한심한 상황을 솔직히 사람들에게 고백한다.

“오늘 이리 저리 강의를 진행시키자 생각했는데 질문 하나 받고 나선 순서를 까 먹었어요.”

“아 배가 갑자기 고프네요. 웃기죠? 무슨 강사가 배고프다고 하다니… 제 강의는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거든요. 음료수 한 잔 만 부탁할까요. 설탕 듬뿍 넣은 커피도 한잔 추가요.” 기대와 다른 말이 나오는 순간, 저 높은 곳에 있는 강사의 위엄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사람들은 우월감을 느끼며 웃는다.

한 교회에 부흥사로 초빙받아 온 고명한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여러분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라… 정신적인 양식이 더욱 필요한 시대란 것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말투와 표정이 바뀐다.

“근데 설교 후에 저녁은 뭐 준비했나 모르겄네요… 배고프니까 양 좀 많이 준비하라고 시키지… ” 저 높은 곳 하늘에 있다가 냄새나는 땅으로 내려온 듯한 모습에 신도들이 배꼽을 잡으며 웃는다.

강사, 연사, 교수, 교사, 성직자들의 표현은 일반적으로 고고하고 학문적인 모습을 보인다. 엄숙하고 진지하다. 남보다 많이 알고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실수나 본능, 인간적이고 난처한 점을 말하면 청중들이 배꼽을 잡는다. 겉모습과 속마음의 차이를 일부러 보여줄 때 유머가 되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유머 없는 스피치는 가장 고비용저효율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한마디 솔직한 감정의 표출이 당신을 웃음제조기로 만들 것이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