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반전
3초 반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9.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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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국시대 공자의 후손인 공융은 어릴 때부터 대단히 총명했다. 모두가 그를 칭송했지만 밴댕이 속을 가진 관리는 못마땅해 했다.

“저렇게 똑똑한 체 하는 놈이 어른이 되면 건달이 된다니까.”

그러자 어린 공융이 웃으며 대응한다.

“어르신 어렸을 때 아주 총명하셨겠네요.” 관리는 공융을 앞으로 건달 될 확률이 있는 어린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잠시 후 공융은 한마디 대응으로 그 관리야말로 지금 건달 짓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두 사람의 처지가 순식간에 멋지게 반전되고 있다.

시청률 높은 드라마는 대부분 반전이 있었다. 허준은 약방 주인 도련님을 누르고 어의가 된다. 파리의 연인의 여주인공은 가난한 직원 신분에서 사장 사모님으로, 노처녀 김삼순은 제과 기술자이지만 연하의 젊고 매력적이고 결정적으로 돈도 많은 남자를 사랑의 포로로 만든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혈안인 청년이 동물원에서 죽은 고릴라의 대역을 맡기로 했다. 우리 속에 들어간 그는 목청껏 으르렁거리면서 미친 듯이 날뛰기도 하며 맡은 일에 열을 올려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구경꾼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신이 난 그는 철책을 잡고 꼭대기로 기어 올라가 영악한 사자 네 마리가 있는 옆 우리로 들어갔다. 그 순간 사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본 그는 넋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 살려!”

그러자 사자 한 마리가 귀띔했다.

“닥쳐, 이 얼빠진 것아, 떠들면 우리 모두 실업자가 된단 말이야”

맹구는 기타를 매고 전국일주를 하면서 한전한 도시의 어느 호텔에서 주인과 흥정을 했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재워주면 그 대신 호텔라운지에서 2시간 동안 기타를 치며 노래해 주겠다는 흥정이었다. 시간이 되어서 공연을 시작하려는 데, 청중이라고는 뒤쪽에 혼자 앉아 있는 남자 한 사람밖에 없어 매우 실망하였다. 하지만 그는 초만원을 이룬 극장에서 공연하듯이 정성을 다해 공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한 사람이나마 즐겁게 해준다는 것을 기뻐하며 맹구는 2시간 동안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그 남자가 조용히 물었다.

“이제 청소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무서운 사자가 오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사자가죽을 둘러 쓴 불쌍한 사람들이다. 청중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청소원이다.

유머가 재미있는 이유는 반전의 요소가 내포되어있기 때문이다. 유머적 센스를 이용해 내게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보자. 얼마 전의 일이다.

“은행원 맞으세요?”

아차차차 그녀 얼굴이 일그러진다.... 돈세는 걸 실수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면서 한마디 한 게 그녀 입장에선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렸을 게 틀림없을 터. 이 놈의 입이 방정. 그러나 위기탈출 한마디 비장의 무기 반전기법이 있으니…

“얼짱이시라서요, 탤런트인줄 알았네요…” 이 한마디에 다시 화색이 도는 그녀의 얼굴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말실수했을 때 그럴듯하게 위기를 탈출하려면 3초 이내에 반전시켜야한다.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리면 그녀가 말실수를 눈치 챌 지도 모르니까. 사실 유머의 고수들에겐 이런 반전이 거의 3초 이내에 완결된다. 그러나 고수의 반열에 이르기까지 피와 땀의 노력은 필요하다. 반전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1단계. 아차 실수 느낌 감지

2단계. 실수의 말이 오히려 칭찬의 말이 될 수 있는 경우의 수 포착

3단계. 반전가동 ‘ 얼짱이시라서요…’

이런 단계가 진짜 3초 안에 이루어진다. 드라마나 연극배우들은 실제 생활에서도 이런 반전을 잘 한다. 극중에 이런 반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논스톱이나 프렌즈등 시트콤(situation comedy)을 보면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연예인중엔 김제동, 신동엽등이 반전 능력이 뛰어난 걸로 알려져있다. 21세기는 생활연기의 시대다. 유머센스만 있으면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겁날 게 없다. 3초면 반전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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