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바다 건너 불’ 인가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바다 건너 불’ 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3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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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0월에 채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는 ‘미합중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이 미합중국에 허여(許與)한다’고 돼 있다. 2005년 노무현 정권이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면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키로 했을 때 참여정부 인사들이 이 조약을 몰랐을 리 없다. 노 정권은 2015년까지 미군의 작전권을 환수하는 대신 ‘필요할 경우’ 미 해군이 신설될 해군기지에 입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작전권 반환에 이어 주한미군철수까지 요구했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 존·폐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반도에서 미군이 빠져 나간 뒤 중국과 일본 해군력에 의해 한국군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제주도 어딘가에 제3의 억제력 즉 미 해군력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음직하다.

동북아 지도를 밑에서 위로 훑어가면 한반도는 분명히 대륙으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그러나 대륙에서 태평양 쪽으로 훑어 내려오면 태평양으로 나가는 교두보가 된다. 그리고 제주도는 이 교두보를 뒤에 두고 중국 강소성과 일본 규슈(九州) 사이에 위치한 전초진지로 한반도의 태평양 출구 쯤 된다.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해상을 통해 외부세계로 이어지는 공해의 가운데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 초소가 무력화되면 한반도는 일단 외부세계와 단절될 수밖에 없다. 또 제주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전개되고 있는 공해(公海)가 제3의 물리력에 의해 제압되면 한국의 국외 해상수송은 사실상 봉쇄되는 셈이다. 한국은 바로 이 해상로를 통해 한해 1조 달러에 달하는 국제교역을 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길이 막히면 국내에서 가장 치명상을 입는 곳이 바로 울산이다. 울산 수출물량 대부분은 이 해상 통로를 거쳐 해외로 나간다. 특히 자동차, 선박, 해상 구조물, 석유화학제품은 반드시 이 루트를 거치게 돼 있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교류도 이 해상통로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동에서 들여오는 기름도 이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난해 울산에 수입된 원유와 석유는 약 6천400만톤 이다. 국내로 들여온 유류의 절반 정도가 제주도 남단 공해를 거쳐 울산에 수입된 것이다.

중국은 최근 구 소련에서 구입한 항공모함을 개조해 진수시켰다. 중국 국방장관은 애써 그 이미를 희석시키고자 했지만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보여주기 만든 것이 아니라”고 그 의도를 분명히 했다. 중국해군은 또 그 재래식 항모를 핵추진체로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핵추진항모로 바꾸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간 급유없이 공해상에서 장기간 작전을 펼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중국해군이 대양(大洋)화된다고 해서 당장 인접국가를 직접 침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과 불편을 통해 우리의 국익이 손상될 순 있다.

예컨대 울산에서 출발한 자동차 운반선이 제주도 남단 공해상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하루 이틀 정도 중국함정으로부터 조사받는 경우를 가상할 수 있다. 물론 국제법상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국가 간의 마찰에선 여전히 힘이 우위를 점하는 게 사실이다. 이럴 경우 수출대상국에 제때 상품을 인도하지 못함으로서 발생하는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돌아온다.

지금 제주도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는 반대세력들로 아수라장이 돼 있다. 법원이 공사방해 금지결정을 내렸음에도 극렬반대파들이 전국에서 시위꾼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미국의 대(對) 중국용 기지로 활용돼 중국의 보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을 역설적으로 해석하면 전쟁의 위험성이 있으니 제주도를 비(非)군사지역으로 남겨두자는 것이 된다. 그러나 지난 세기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이런 군사적 공백, 즉 중립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1904년 1월 일본과 러시아가 전쟁 일보직전에 돌입하자 고종은 중립을 선언했다. 그리고 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러일 전쟁 6년후 대한제국은 일본에 강제로 병합되는 치욕을 당했다. 현재 제주도 서귀포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반대는 바다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와 안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울산의 발전·번영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울산 시의회는 서귀포 해군기지 건설문제에 대해 당사자 차원에서 그 찬반의사를 표명할 용의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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