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 더 밀려 날 곳 없고 더 밀려나지도 않겠다”
“수산업 더 밀려 날 곳 없고 더 밀려나지도 않겠다”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1.08.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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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울산수산업협동조합 신진호 조합장
“평생을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온 어민들이 요즘에는 수산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도시의 확장과 공단 조성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삽니다. 어민들은 고기잡이 기술 밖에 없는데 어디 가서 뭘 먹고 살겠습니까? 이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3일 실시된 울산수산업협동조합장 재선거에서 당선된 신진호(68) 신임 조합장의 일성이다. 도시계획에서 공단과 항만구역을 넓히면서 마을어장을 매립했고 어로지역을 압박하는 현실에 대해 당사어촌계장 출신답게 어민들의 앞날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울산은 예로부터 농촌과 어촌이 조화롭게 발달된 도시였습니다. 산업도시로 탈바꿈하면서 농민과 어민들이 생업을 버리고 도시 속으로 스며들었지만 근본은 버릴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먹고 살아가는 데 1차적으로 식량과 수산자원이 기본인데 이를 가볍게 여기면 곤란하지요.”

신 조합장은 도시의 팽창으로 위축되어 가고 있는 울산의 수산업에 대해 울산시나 항만청, 공단 입주 산업체에 어민들을 대표해서 권익을 찾는 일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고리원전 온배수에 의한 피해보상이나 원전 이주민들의 복지 등에 대해서 울주군과 원전대책위원회, 수협이 삼위일체가 돼 원전측과 적극 협의한다는 것이다.

방어진항의 복원도 구상 중이다. 현재 중형 조선소가 가로막고 있는 방어진항은 1급 항구로 조선소가 떠난다면 훌륭한 어항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방어진항이 제대로 복원된다면 울산의 수산업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제대로 된 어항 하나 갖추지 못한다면 울산의 정체성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어진항의 복원은 저의 소망이자 모든 어민들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어항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신 조합장이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이 어항 주변 정화작업이다. 그물을 정리하면서 찌꺼기를 항구에 버리거나 쓰레기를 태우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 대해 신 조합장은 가장 먼저 이 현실부터 바꿔달라고 지시했다. 기관의 지원을 받아 정화활동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어민들의 의식 계몽활동도 병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쾌적하고 청결해야 어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 조합장은 취임하면서 그동안 수협이 금융업에 치우친다는 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결국 수협의 금융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으로 어민들에게 저금리의 자금을 지원해 어로활동을 활성화한다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동안의 수협 자금을 더 효율적으로 투자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그것을 어민들의 복지와 생업지원에 직접적으로 돌리겠다는 원칙을 더욱 단단하게 잡아나가고 있다.

울산의 수산어업이 가진 비중은 산업화 이전에 매우 컸지만 지금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신 조합장은 크게 아쉬워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의 어업은 울산의 핵심산업이었기 때문에 그 위상은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울산의 문화도 상당부분 어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장생포의 고래잡이를 비롯해 각 어촌마을에 특유의 어업활동이 시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왔고 정신적 뿌리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문화의 흔적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울산의 전통 해양문화를 복원하는데 수협이 일조할 수 있다면 그것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 조합장은 당사항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바닷사람이다. 어릴 때 줄곧 고향마을에서 자랐고 성년이 되면서 원양어선을 탔다. 20여년을 원양어선에서 일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미역을 키웠다. 당사어촌계장을 하면서 전국적인 특산물인 미역생산에 매진했고 고부가가치를 지닌 전복생산에도 손을 댔다. 위축되는 어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당사 어촌계는 물론이고 울산의 어업활동에 전반적인 리더로 활동했다.

고향 당사항은 과거 자그마한 어선들이 정박한 볼품없는 어항이었지만 지금은 제법 번듯한 어항으로 성장했다. 울산 대부분의 어항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신 조합장은 어촌계장으로 일하면서 당사항을 관광어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울산의 어민들이 모두 뜻만 가진다면 그 지역의 특색에 맞는 멋진 항구를 꾸밀 수 있을 것입니다. 소멸되는 어장이나 줄어드는 자원에 대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는데 아이디어를 내고 의지를 가진다면 울산의 어항들이 당사항처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신 조합장은 1어촌 1특색 사업에 대한 구상도 하고 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1촌1품 운동을 통해 농어촌이 큰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울산의 어촌마을에도 마을마다의 특징을 살려 울산바다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브랜드화 한다면 울산의 어촌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1어촌 1특색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신 조합장의 뚝심과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간 경험은 울산 수협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또 전임 조합장의 젊은 생각들과 변화와 개혁의 방침을 중요하게 이어간다는 유연성도 크게 주목된다.

신 조합장에게 대해 행정관리 경험이 부족하다는 관점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신 조합장은 단호한 신념을 갖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경험을 가진 이가 어디 있습니까?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중용하면서 의논하겠습니다. 소통과 조화가 대안입니다. 기관과 전문인, 그리고 수협이 삼위일체가 돼 울산의 어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도록 임기내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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