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은 알아야 악용(惡用)이라도 한다
법(法)은 알아야 악용(惡用)이라도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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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을 알기 때문에 ‘그놈의 헌법’이라고 했겠지만 법을 몰라서 실컷 좋은 일 다 하고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새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새엄마가 A씨 집으로 재가(再嫁)하여 올 때 딸 둘을 데리고 왔다. 남매(?)들이 크게 싸운 일도 없이 사이좋게 잘 살았다. A씨가 다 커서 결혼도 하고 독립해서 살게 된 뒤, 연로하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상당한 유산을 새엄마가 물려받았는데 상속세를 부담할 능력이 없었다. A씨가 이리저리 변통하여 그 상속세를 납부하였다.

그러고 몇 해를 더 지낸 뒤 새엄마도 돌아가셨다. 그동안 이민 갔던 두 딸이 약간의 생활비를 대었고 새엄마는 상속 받은 집세로 크게 부족함 없이 살았다. 문제는 새엄마가 돌아가셨을 때이다. 유언이 없었기 때문에 재산의 일부나마 A씨에게 상속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뜻밖이었다.

A씨와는 성(姓)도 다른 새엄마의 두 딸에게 재산이 상속되었다. 법적으로 A씨는 새엄마와 동거인 관계였다. 시집간 두 딸은 혈연으로 상속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A씨는 상속세를 자기가 냈으므로 자기도 상속받아야겠다고 변호사를 찾았다. 결론은 두 딸의 선처만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것이 법이다.

울산대학교 B교수는 울산대학교 부설 도시건축연구소가 울산의 모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위탁 받은 연구의 하나를 수행하였다. 2006∼2007년에 아파트 설계에서 경관계획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연구하여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B교수가 울산대학교 도시건축연구소로부터 이 연구를 수행하게 된 이유는 울산을 포함한 인근지역에서 최적의 전문가로 B교수 한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연구 산출물은 여러 업체에서 활용할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문제는 B교수가 울산시 건축위원회의 건축심의 업무를 주관하고 있었던 데에 있다. 당시 건축심의위원은 약 20명이었고, 이들은 각자 맡은 분야의 심의사항에 관해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어떤 인허가의 결재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법은 그렇지 않았다. 심의위원은 심의안건과 조금이라도 관련되는 업무를, 그것이 순수한 연구업무이어도 맡아서는 안 되는 법(法)이 있었다. 이것을 알았으면 법을 피해갈 궁리를 해놓던지 그런 법을 악용할 소지를 만들어 놓던지 했을 것이었다.

울산의 모 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가 울산대학교 도시건축연구소에 연구를 위촉했고, 울산대학교는 학교 소속의 B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주었으나 건축심의위원이 이런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비를 받게 되면 뇌물죄에 해당된다는 법을 학교도 B교수도 모르고 있었다. 연구비 지출에 관한 모든 영수증들이 깨끗하게 처리되었기 때문에 뇌물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울산의 모 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의 어떤 공사가 울산시 건축심의 대상으로 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법은 이런 정상을 함부로 참작하지 않는다.

본보 8월 19일자 사설, ‘일부 교수들 반성 계기로 삼길’에 ‘…나머지 불구속 교수들도 자신들의 전문분야와 관련해 이득을 챙기는 비리를 저질렀다…’가 나오는데 B교수는 이 점에 관해 다른 교수들에게 누를 끼치게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돋보기로 이 사설을 분석해 보건데 ‘…일부 교수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앞세워 독불장군 행세를 하는가 하면 비판여론을 백안시하는 것이 요즘 그들의 추세다. 또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각종 프로젝트를 따 내는데 골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말이야 말로 논설위원의 권위와 독불장군 행세가 ‘…결정권자의 주관적 판단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분야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단언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예술·건축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때는 권위와 독불장군 행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모든 교수가 작품에 몰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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