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은 궤변으로
궤변은 궤변으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2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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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가 부장에게 하루 쉬겠다는 휴가원을 냈다. 부장이 말한다.

“김대리, 1년은 365일이지?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중 자네 근무시간은 8시간이지? 하루의 3분의 1을 근무하니까, 결국 1년에 자네가 일하는 날은 122일밖에 안된다는 얘기야. 그 중에서 52일이 일요일이고, 반만 일하는 토요일을 26일로 치면 겨우 44일이 남아. 그걸 자네가 다 일하나? 밥 먹는 시간에 화장실 출입하는 시간에 담배 피는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에 최소한 3시간은 빠진다구. 그걸 다 빼면 자네가 일하는 시간은 27일이라는 소리지. 게다가 자네 여름휴가는 열흘이지? 그럼 17일이 남는군. 그 중에서 신정, 구정, 식목일,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추석, 크리스마스, 그리고 회사 창립기념일까지 휴일이 총 16일이야. 결국 자네가 제대로 일하는 날은 1년에 딱 하루라 이거야, 그런데 그 하루마저 휴가원을 내면, 아예 놀고 먹겠다는 건가? 자네도 입이 있으면 대답 좀 해보게.”

그러자 김대리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부장님, 전 너무 피곤해요, 왜 그런지 이유를 말씀드리죠. 우리나라의 4천만 인구 중에 남자 2천만명입니다. 그 중에서 1천6백만은 학생이거나 어린이들이죠. 그럼 4백만이 남습니다. 현재 백만명이 국방을 위해 군대에 있거나 방위근무 중이고, 백만명이 국가공무원입니다. 그럼 2백만이 남는 거죠? 또 180만명이 정치를 하거나 지자체 공무원들이니 남는 건 20만명, 그 중에 18만8천명이 병원에 누워 있으니 겨우 1만2천명이 남죠. 그리고 1만1천998명이 감옥에 가 있으니까 결국 두 명이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바로 부장님과 저! 그런데 부장님은 매일 제가 올린 보고서에 결재만 하고 있으니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오직 저 하나뿐이라구요. 제가 얼마나 피곤한지 아시겠죠?”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장에서 궤변으로 빠져나간다.

전 : “존경하는 국회의원 여러분, 좀 전에 한 의원께서 말한 대로 정주영 회장은 참 훌륭한 분입니다. 그렇죠.”

의원 : (끄덕 끄덕)

전 : “훌륭한 분은 법을 잘 지킵니다. 본인에게 정치자금을 주는 건 불법입니다. 훌륭한 정회장이 불법으로 정치자금 제공 했을 리가 없지요?”

의원 : (얼떨떨)

전 : “그렇다면 주질 않았는데 제가 받았을 리 없지요. 그렇죠.”

의원 : (멍…)

김대리는 상사의 궤변을 물리쳤는데 청문회 의원들은 전전대통령의 궤변에 꼼짝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마 전전 대통령은 질문자를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른다. 그럼 전혀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방법이 없을 리 없다. 상대가 한 점 헛점이 없더라도 설득해야할 판인데 궤변임에랴. 궤변은 말 그대로 어설픈 자기변명일 따름이기에 그 자체에 헛점을 가지고 있다. 우린 그 헛점을 파고 들면 그 뿐이다. 이렇게 반격했다면 어땠을까?

의원 : “제대로 된 국가에서라면 기업가가 정치자금을 제공할 리가 없겠죠?”

전 : “…”

의원 : “그러나 독재국가에서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권력자의 요구를 무시한 체 대들 리 없겠죠?”

전 : “…”

의원 : “그러므로 제 정신을 가진 정회장이 당신의 강압적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겠죠?”

전 : (멍…)

우리가 알아본 바 대로 궤변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일견 논리적 구조를 갖추었기에 설득력이 높다.

2.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과장, 인용 등 수사법을 적절히 활용한다.

3. 그러나 제대로 된 궤변을 만나면 꼼짝 못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말이 있고 이열치열이란 말도 있다. 복날의 더위는 삼계탕의 뜨거움으로 물리치는 것처럼 궤변은 궤변으로 물리쳐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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