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주민투표를 시행할 일이 생긴다면
울산에도 주민투표를 시행할 일이 생긴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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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24일) 서울에서 행해지는 주민투표의 과정을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검토해보아야 한다.

첫째는 국민정신교육 차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책적(政策的)으로 민주당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해서 주민투표에 붙였으면 시장직(市長職)을 걸겠다는 기자회견장에서 의연(毅然)한 태도로 서울시민들이 투표에 임해야 할 당위성(當爲性)을 간략하게 정리한 뒤, 투표자가 3분의 1이 안 되고, 찬성투표가 과반수를 넘지 못하여 자신의 정책적 의견이 주민들로부터 거절당했을 때는 시장직을 수행하는 데에 예기치 못 할 어려움이 닥칠 것이므로 그 직을 사양하겠다는 심정을 담담하게 밝혔어야 했다.

오 시장은 비록 억제하려는 몸짓을 보였으나 눈물이 나왔다.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저버린 배신한 연인의 행동을 보고 복받치는 서러움을 이겨내지 못해 울음이 쏟아져 버리는 상태의 감정과 같았어도 현재 서울 시장이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국민이 연민(憐愍)의 정서에 약하다는 점을 계산하여 연극을 보인 것이라면 정치인에 대한 커다란 허탈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굳세고 씩씩한 태도(굳셀 毅)로 기자회견을 마치고 질문 받을 일이 있으면 질문을 받고 자리를 떠났어야 했다. 서울시장은 분명히 지도자이다. 지도자가 용장(勇將)은 말할 필요도 없고, 덕장(德將)이건 지장(智將)이건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뉴스를 보면서 관찰학습을 하고 있었다. 자라는 청소년들이 보고 있었다.

둘째는 정당 간의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fair play) 차원이다. 민주주의가 성립하게 되는 본질적 행동, 즉 투표행동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불공평한 선동적 언사, ‘나쁜 투표를 하지 맙시다.’는 지난 정권 때 그토록 써먹었던 ‘참여’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것이다.

오히려 적극 유도하고 전면 무상급식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거기에 투표하도록 독려했어야 옳다.

철부지 아이가 엄마를 따라 재래시장에 가서 군것질 거리를 사 달라고 조르다가 엄마가 들어주지 않으니까 시장의 흙바닥에 주저앉아 두 발을 뻗어대며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들이 ‘나쁜 투표’를 하여 ‘나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것이다. 논리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쁜 투표로 결정되면 그 정책도 나쁜 정책이 된다. 단계적 무상급식도 나쁜 정책이고, 전면적 무상급식도 나쁜 정책이 된다.

끝으로 투표용지 문안 작성의 기술적(記述的)인 차원을 검토한다. 이번 투표용지의 진술은 오시장의 의견이 먼저 나온다.

‘1)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하여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

2)소득 구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

*띄어쓰기가 틀리게 나왔음.

조금이라도 심리측정이론의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1)번과 2)번의 배치는 모든 투표용지에 무선배치(50%)로 유권자에게 나뉘어져 배부되어야 한다.

풀어 말하면 투표자의 50%는 1)번 진술의 내용이 먼저 나오고, 나머지 50%는 2)진술의 내용이 1)번으로 먼저 제시되는 것이다.

더구나 진술문장의 길이가 오차범위 안에서 같아야 한다. 특히 같은 문형(文型)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1)번 문장과 2)번 문장은 같은 문형상황이라고 하기에는 거칠다.

오늘 투표결과를 북한 주민들이 바로 볼 수 있으면 휴전선은 그만큼 빨리 없어지게 될 것이다.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기회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면 이번 일부터 알려주어야 하겠다.

아쉬운 것은 ‘나쁜 투표’를 외치는 저의가, ‘투표에 참여한다는 행동자체는 찬성할 심리가 잠재해 있음’을 민주당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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