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요강과 눈물단지
가마요강과 눈물단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2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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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중에 가마요강은 옛날 사람들의 휴대용 화장실이다. 가마타고 다니는 양반네들 중, 특히 여인에게 주로 사용되었다. 주먹만 한 크기라서 앙증맞다. 애기씨가 가마 타고 시집 갈 때 가마 안에 넣어주던 필수품 중 하나가 가마요강이다. 울렁증 있는 애기씨라면 출렁거리는 가마 속에서 볼일을 본다는 게 엄청 불편했겠지만 그래도 버릴 건 버려야하기에 감내하면서 이용했겠지. 이때 하인들은 가마요강과 내용물은 통째로 버렸다고 한다.

요강 단지는 만든 재료에 따라 놋쇠요강, 오지(옹기)요강, 백자요강 등이 있고 집집이 2~3개 정도는 준비되어 있었다. 먼 나라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전용 요강이 26개라고 했던가? 추운 겨울 손 등이 트면 할머니는 금방 눈 따뜻한 오줌이 든 요강에 손을 담가 씻으면 튼 상처가 가신다고 했다. 로션 대용이랄까.

가야산 해인사 해우소에는 ‘청신사(淸信士)’, ‘청신녀(淸信女)’라 하여 남녀 칸을 구분하여 눈길을 멈추게 한다. 해우소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라면 전남 순천 조계산 선암사의 해우소 ‘뒷간’이다. 절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돌다리 중 하나인 승선교도 유명하다. 조계산을 두고 헤어져 있는 송광사와 선암사 스님이 만나서 자기네 절간 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송광사 스님이 “우리 절 밥솥은 아주 커서, 밥을 풀 때는 들어가 배를 타야 한다”고 자랑하니, 선암사 스님이 말하길 “우리 절 뒷간은 어찌나 깊은지, 어제 눈 똥이 아직도 떨어지는 중”이라고 대답해 송광사 스님이 입을 딱 벌렸다고 한다.

선암사 뒷간은 다락집으로, 측면 2칸에 정면 6칸으로 현대식 건물의 3층 높이로 남녀 칸을 구분해 놓고 12명이 동시에 ‘근심을 덜 수’ 있다고 한다. 절집에서는 해우소에서 외우도록 하는 주문이 있는데 입측오주(入厠五呪)라 하여 5가지 구절이다. 그 중에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라고 하니, 세상에서 제일 큰 걱정을 제일 큰 통시에서 해결하는 그 맛이 바로 최고가 아닐런지.

여고시절 미국영화 ‘궈바디스(Quo Vadis, 1951)’에서, 네로황제가 사용하는 눈물단지를 보고 한껏 웃었던 기억이 있다. 기독교를 박해하던 시절 로마의 악명 높은 이 폭군 황제가 장난 삼아 지른 불타는 로마시내를 내려 다 보면서 불 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슬프다면서 억지로 흘리는 눈물을 받는 장면이다. 이 눈물은 회개의 길목에서 흘리는 아름다운 눈물은 아닌 것이다.

예루살렘의 시온산에는 예수님의 승천장소인 눈물성당의 지붕 모양이 4방울의 눈물 모양 형상을 따서 지었고 그 4줄기 아래에 눈물단지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예수님의 말씀이 구원임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 흘린 눈물이었으리라.

옹기골에선 굴을 처음 만들고, 제일 먼저 구운 단지는 아무도 주질 않고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그 단지에선 최고로 좋은 기(氣)가 흐른다하여, 그 단지를 얻기 위해 옹기 대장에게 선심공세를 펴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어렵게 얻어진 단지라도 네로의 눈물이 담기면 가증스런 눈물단지라고 불리겠지. 조선시대 임금은 매화그릇이라 불리는 가방 같은 이동식 변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어의(御醫)는 이 변을 건강 진단의 기초로 하는데 맛도 보았다니 가히 왕 자리는 대단했나보다. 하기사, 화엄경(華嚴經)에서 말씀하듯 일체가 유심조(一體唯心造)가 아니던가.

민속에선 단지를 사람으로 지칭하기도 하는데, 툭하면 잘 우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눈물단지이며, 몹시 애를 태우거나 성가시게 구는 물건이나 사람 또는 어린 나이로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이란 뜻으로 애물단지라고 불린다. 아마도 여기서 단지는 신줏단지나 세존단지, 조상단지(옹기) 등에서 신주(神主)를 모시는 그릇에서 이해하듯, 단지가 신체 즉 사람이란 의미도 가진다. 해서 예전에는 땅에서 나오는 단지는 쉽게 집으로 가지고 오지 안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골동품이란 이름표를 달고 안방 제일 좋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기도 한다.

요강이던 눈물단지이던 다 뜨거운 불 속에서 출생한 진정 깨끗한 그릇이다. 비록 몸체가 비틀어진 찌글이라 해도 이 그릇 보다 더 깨끗한 그릇이 있을리 만무하다.

외고산 옹기마을 진열대에서 만나는 단지를 보면서, 과연 여기에다 누가 무엇을 담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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