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걱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11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가 써놓은 글을 읽다보면, 걱정도 팔자로구나 생각하게 된다.’

필자에게 가까운 친구가 툭 던지는 말을 하였다.

‘무슨 말이야?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를 팔자소관(八字所關)으로 쓸 데 없는, 하찮은 걱정만 하려고 태어났다는 말이야?’ 필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 해도 될 걱정을 그토록 많이, 그것도 매주 하고 있잖아! 더구나 네 팔자가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세상사 걱정만 할 것이고…’

그 친구는 자기가 옳다는 표정으로 내 말을 받아쳤다.

필자는 작심하고 평소의 철학을 내뱉었다.

‘그러는 너는 노르웨이 같은 테러가 우리나라에는 안 생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냐? 꼭 자동 소총이 아니어도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기치고, 폭행하고, 멸시하고, 백의민족을 치켜세우는 사람들이 득실댄다. 이슬람 종교문제만 해도 그렇다. 자기 종교만 종교라고 하며 다른 종교는 미신이니 윤리니 하는 사람이 가장 겸손하고, 모범적이고, 인격자인 것처럼 모두를 속이고 대학의 교수로 들어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식적으로 가르쳤다. 어떤 총장이 결과적으로 국고(國庫)를 축내는 아이디어를 내어 정년퇴직하고도 정년 연장이나 다름없는 특별한 교수로 임명해주는 제도를 만드니 요것 저것 따져 특별한 교수가 되어 수업시간에 손자 자랑이나 하며 학생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이런 성격장애자가 정신착란을 일으켜 무슨 사고를 언제 저지를지 모른다. 사고를 예방하려는 걱정이 잘 못 됐어? 자, 봐라. 누가 부산저축은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심각하게 걱정했어? 마쓰시다는 ‘위기를 기회로(청림출판)’의 첫머리에 ‘…결의를 다지지 않으면 불안감 때문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보는 것, 듣는 것 모두 걱정뿐이어서 좀처럼 지혜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어려울 때일수록 결의를 다지고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나 역시 이렇게 항상 타이르고 있다’고 자신을 걱정했다.’

‘그렇게 거창하게 나오지 말고. 내가 하는 말은 너는 너 자신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걱정이 없어서 다른 세상살이 걱정을 그렇게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을 하려던 것인데 말이 방향을 잘 못 잡았다.’ 친구는 겸연쩍어 하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일견 그 친구의 말에 수긍이 가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새의 연구로 유명한 윤무부 교수가 오래 전에 어떤 병에 걸려 의사의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다.

이제 자기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 개인 비밀통장(?)의 비밀번호를 부인에게 가르쳐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그렇게 치명적인 병이 아니어서 나중에 안심하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휴ㅡ’하고 한 숨 쉬었던 일을 말한 적이 있다. 그때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기를 잘했다는 안도의 한 숨이었다. 그때 자기가 어떤 불치의 큰 병에 걸렸다고 했을 때, 이 세상 모든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고 자기 병 낫는 것만 걱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자기가 건강하니까 이것저것 모두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지인 중의 한 사람이 울산광역시의 모든 교육문제를 실질적으로 걱정하는 중책을 맡고 있을 때, 일요일도 어쩌다 집에서 식사를 할 정도로 사무실에서 일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교육철학과 이를 실현하고 싶은 꿈도 있었다. 그가 수술할 수도 없고 치료도 불가능한 병에 걸렸을 때, 울산의 모든 교육문제 걱정을 다 합해도 자기 병에 관한 걱정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고 실토한 일이 있다.

천수를 다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에 관한 자식의 걱정도 더 살고 싶어 하던 아버지의 걱정에 한 참을 못 미친다. 필자가 아직은 건강해서 안 해도 될 걱정을 한다. 8월의 뜨거운 햇볕에 울산의 모든 산업시설의 안전점검을 다시 한 번 해야 한다. 중국의 고속철 사고가 안전점검이 안 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다. 벼락이 떨어져서 그렇게 된 것이다. 각공장의 피뢰침 전선이 50년이 지난 지금 녹슬어 끊어져 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