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점을 부각시켜라
차이점을 부각시켜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08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워싱턴과 클린턴과 부시의 가장 큰 차이는? 워싱턴은 거짓말을 할 줄 몰랐고, 클린턴은 진실을 말할 줄 몰랐으며, 부시는 그 차이를 모른다는 것이다. 유머가 우리네 대화에 또 삶에 공헌하는 것 중 하나는 세상을 명확히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단 한 문장에 세 대통령의 차이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일상화법으로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 워싱턴은 진실한 사람, 클린턴은 거짓말장이, 부시는 모자란 사람. 일반적으로 표현하면 그저 그런 설명이지만 유머로 표현하니 재미에 더하여 더욱 정확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유머학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 차이점 기법이다. 우리 대통령에 사용하면 어떻게 나올까? 역대 대통령을 운전기사에 비교해보자.

이승만 대통령: 미국면허 기사

박정희 대통령: 모범운전 기사

최규하 대통령: 스페아 기사

전두환 대통령: 난폭 운전 기사

노태우 대통령: 초보 기사

김영삼 대통령: 무면허 기사

김대중 대통령: 북한 면허 기사

노무현 대통령: 역주행 기사

이명박 대통령: 불도저 기사

역주행 기사도 종류가 있다. 자기가 역주행하는 걸 알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모르는 기사도 있다. 차를 신나게 몰던 한 남자가 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지금 어디쯤 와요?”

“대전 부근이야.”

“대전 부근에 어떤 차 한대가 역주행하고 있다고 뉴스에 나와요.”

그러자 이 남자 창문 밖을 살피더니

“한 대가 아냐. 백대도 넘어.”

모유와 우유의 차이 등 차이점 기법은 유머의 종류중 가장 오랜 역사와 광범위한 사용방법으로 유명하다. 소설, 영화, 드라마, 연극 등에서 차이점을 이용한다. 흥부와 놀부가 재미있는 이유는 두 인물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악하고, 흥부는 가난하고 놀부는 부자다. 만약 이런 대조됨이 없이 흥부도 착하고 놀부도 착하다면 과연 재미있을까?

“형님 밥 좀 주세요.”

“당연히 줘야지. 곳간 열어놓고 다 가져가려무나. 참 집도 좁지. 온 김에 집문서도 챙기렴.”

이렇게 전개된다면 우리의 역사적 고전인 흥부전은 벌써 이슬처럼 연기처럼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우리 드라마중 여로, 사랑이 뭐길래, 허준, 가을 동화, 대장금, 파리의 연인, 내 이름은 김삼순, 시티헌터, 시크릿 가든 등 대부분의 극에서 등장 인물들은 대조적이다. 일부러 그렇게 설정하는 것이다. 극중 인물의 성격이나 집안 배경, 학력이나 외모에 대한 차이점이 많이 나면 날수록 보는 사람들은 빠지게 된다.

영업기획팀의 이주임과 김주임 둘 다 열심히 준비하여 회사 고위층에게 브리핑을 했는데 이주임은 칭찬을 받은 반면 김주임은 핀잔을 받았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화려한 프리젠테이션은 물론 발음, 언어 선택, 모두 최선을 다 했는데 결과가 이리 나오니 김주임은 허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날 저녁 박부장이 김주임을 포장마차로 불러냈다.

“자네 속상하지?”

“ 네…”

“자네 마음 다 아네. 나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거든.”

“자네의 발표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이유를 아나?” 그러자 뭔가 해답을 얻을 것 같은 마음에 김주임은 눈을 크게 뜨고 박부장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차이점을 부각시키질 못했어. 우리 회사의 비전과 상대 회사의 비전의 차이, 국내 영업과 해외 영업의 마진의 차이, 모델로 고두심을 쓰는 것과 이효리를 쓰는 것과의 차이”

“아하…”

“이제 알겠나?”

그렇다. 김주임은 중언부언 나열만 했지 A와 B의 확실한 차이점을 명료하게 부각할 때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다는 걸 간과했던 것이다. 특히 현대같이 머리를 많이 쓰고 골치 아픈 시대엔 술에 물탄 듯 비슷비슷하고 애매모호한 설명에 관심을 기울여줄 인내심 많은 사람은 없다. 코미디연출자들이 홀쭉이와 뚱뚱이 꺽다리와 난장이를 무대에 같이 올려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유머경영의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선 대조와 차이점 부각의 노하우를 알아야한다.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