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 이것만은 고치자
울산교육, 이것만은 고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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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이 차제에 고쳐야할 것이 있다. 자율로 포장된 강제성을 없애는 일이다. 이제 그럴 시기가 됐다. ‘반강제적’으로 시행돼 오고 있는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 학교수업의 강제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 동안 이 제도들은 숱한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유야무야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행 현장이 학교란 특수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사회에 아직 존재하는 ‘교육 신성(神聖)’ 시각이 그런 문제점을 덮어 주고 있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일단 수용하는 한국인 특유의 ‘행정 우선’시각도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야간 자율학습과 방과후 학교의 강제성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교장, 교감을 비롯한 관리직 교사들은 자율적 실시를 항변하고 있지만 울산지역 대다수 중·고등학생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부 찬성하는 학생들도 없진 않다. 그러나 약 78%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 때문에 참여한다고 밝힌 통계치가 엄연히 나와 있다. 특히 일부교사는 이 제도를 탄력성 있게 운용하지만 다른 일부 교사는 경직에 가까울 정도로 강제성을 띠고 있어 학부형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렇게 반 강제적인 ‘야자’를 강행하는 이유는 주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진학률 때문이다. 아직도 다수 관리직 교사들은 ‘야자’참여와 진학률이 비례한다고 믿고 있다. 학교에 잡아두고 강제로 학습을 시키면 그 만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추측은 현실적으로 빗나갔다. 남구 소재 모 고등학교는 지난해 일요일에도 3학년 학생들을 전원 등교시켜 자습을 시켰다. 야자 참여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그러나 그들은 올해 소위 ‘일류대’에 단 한명도 진학시키지 못했다. 학생 개인의 학구열, 창의력 없이 강제적인 제3의 방법으로 진학률을 높일 수 없다는 단적인 예다.

2006년 사교육 억제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방과후 학교도 그 폐단이 ‘야자’를 훨씬 능가한다. 물론 이 제도도 강제성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3월 울산지역 일부 중학교가 학부모들에게 방과후 학교 참여협조를 요청하는 가정 통신문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한참 동안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해괴한 일은 그런 강제성이 드러나도 해당학교가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을뿐더러 교육청도 이를 수수방관한다는 점이다. 중구·동구 일부 중학교 학생의 방과후 학교 수업료를 은행예금 구좌(온라인)로 징수하는 경우가 그 한 예다. 학부모들이 이런 비정상적인 방법에 대해 항의하자 해당학교 측은 “학생들을 통해 징수할 경우, 분실·도난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은 그 반대 입장이다. 일단 온라인 계좌를 통해 자동 이체하게 되면 그 때부터 그 학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 동안 방과 후 학교 수업에 무조건 참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제도권 속에 있는 학교가 정부의 정책이나 지침을 전적으로 거부하긴 어렵다. 하지만 지방교육자치가 뭔가. 정부의 커다란 밑그림을 바탕으로 세부적 사항은 지역실정과 현실에 맞게 설정·운용하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보조금에 발목이 잡혀 교과부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은 교육자치가 아니다. 그것은 70~80년대의 관료주의 잔재에 불과한 것이다.

울산교육이 이런 강제성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변해야 한다. 특히 관리직 교사들이 먼저 권위·실적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당국이 강제성 배제를 누누이 강조하지만 현장에선 아직 씨도 먹혀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남구의 모 고등학교는 최근 이번 여름방학기간 보충수업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수시원서를 작성할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 말썽이 됐다.

이렇게 학교의 권위·실적에 치중하다보면 강제성을 띠기 마련이다. 또 자승자박하는 결과를 초래해 해마다 진학률 때문에 학부모·동문회 앞에서 쩔쩔 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멀쩡한 학교장이 동문들의 입김에 밀려 다른 학교로 전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울산교육이 진정한 자율성 회복에 나서지 않으면 내년부터 학교교육현장에서 강제성 논란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주5일수업제’ 때문이다. 시교육청과 학교가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제도 실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매주 토요일 학생들을 등교시키려는 의도가 엿 보인다. 교사가 없는 학교에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방법은 하나 뿐 이다. 이제 이런 시대착오적인 방법 때문에 더 이상 우리가 왈가왈부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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