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요구하라
자신의 주장을 확실하게 요구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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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난봉꾼 아들이 하나 있었다. 얼마나 난잡한지 동네에 여자란 여자는 모두 건들고 다녔다. 보다 못해 주위사람들이 관가에 고해바쳐 기어이 잡혀 들어갔다. 제반 사정을 들은 원님은 “다시는 나쁜 짓 못하게, 거시기를 잘라버려라”하자 그의 아버지가 나서서 “그래도 제 아들이 4대 독자인데, 대는 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신 제 거시기를 자르도록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원님이 가만 생각해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아 “그럼 아비의 거시기를 잘라버려라” 했다. 엄마가 가만 들으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란 말인가.

엄마가 나서서 “원님, 법대로 합시다” 하자, 이에 질수 없는 며느리가 다시 나서면서, “어머님. 남정네들 하는 일에 우리 여자들은 빠집시다”라고 했다.

고부간의 불꽃 튀는 설전이 유머의 핵심이다. 어쨌거나 모두 자기 주장은 확실하게 요구하는 가족이란 걸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 속상한 일이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일단은 참는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도 있듯 인내심을 강조하는 동양적 가치관 영향 때문이리라. 거기다가 유난히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적 가치관이 혼합되어 자신의 요구를 당당히 말하는 건 보편적 미덕에서 제외되었던 것이다.

점잖은 체면에 조금 덥다고, 조금 춥다고, 조금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나. 일단 참아보지. 이러다 보니 이웃집 아이가 밤 12시가 넘도록 쿵쿵 거려도, 그래서 속에 천불이 나도 일단은 참는다.

저들도 사람인데, 염치가 있다면 멈추겠지. 하루 이틀 사흘 그러다가 드디어는 폭발해서 올라가자마자 한바탕 욕설을 퍼붓게 되고 이웃사촌은 즉시 이웃원수로 바뀐다. 만약 이건 아니다 느끼는 순간 바로 올라가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면 훨씬 부드럽게 대화가 진행되고 문제가 진작 해결되었을 것이다.

강의를 하다보면 초빙하는 측에서 가장 말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강사료 부분이다.

“강사님, 말씀드린 대로 다음달 3일 오전 10시 대전 그 호텔에서 뵙겠습니다. 그런데 실례가 될 지 모르지만… 이런 말씀 드려도 될 지 송구스러운데 사례는 어느 정도를.”

아직 한국 사회에서 강사가 돈을 언급하는 건 왠지 비선비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래서 상당수 강사는 확실히 요구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어허, 으흠 그 문제라면 아까 우리 비서와 정하지 않으셨는지. 그게 참, 뭐, 관례대로.”

돈에 초연한 척, 물질의 관심을 떠난 도인인척 말하지만 대기업 CEO 출신 강사라면 모를까 그 외 대부분의 강사입장에서 돈에 무심할 리 없다.

강의 후 사례금을 받고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봉투를 펴곤 그 실체와 자신의 기대치와의 차이만큼 아쉬움과 분노를 욕설과 한숨으로 남긴다.

한국 학생들이 외국에 유학가면 눈에 띈다. 똑똑하거나 지혜로워서가 아니라 도대체 선생님에게 질문도 안 하고 불편한 것도 말하지 않는다. 외국에선 그런다고 알아주지 않는다.

‘그 학생 참을성이 좋구먼, 인내심이 대단해, 아주 말없이 착실하고 얌전해, 되바라지지 않았구만.’ 이리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온 쥬디 킴은 자기 표현력이 약하며 질문도 안 하는 정신적, 정서적 성격결함이 심각한 학생임’이라고 낙인찍힌다.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는 이미 흘러간 노래다. 모르면 질문하고 마음에 들면 프로포즈해야한다. 용감한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하지 않던가. 직장에서도 확실히 요구하라.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

“가라는 대로 가겠습니다.”

이런 건 옛날식이다.

“초임 연봉은 최하 3천을 원합니다.”

“보직은 해외영업 파트를 원합니다.”

우리 집 아이가 사춘기가 되고부턴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를 쉼없이 주고받는다. 무어라 한마디 물어보면 ‘응’, ‘아니’ 딱 한마디로 끝이다. 부모자식간에 대화가 이리 짧아서야, 이건 아니다 싶어 내 바람을 확실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다희야, 아빠가 무언가를 물어볼 땐 두 문장 이상 대답하렴.”

호칭이든, 보직발령이든, 프로포즈든 자신의 주장을 명명백백 확실하게 요구할 때 확실하게 대우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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