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에너지
심리적 에너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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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정신적으로 집중, 몰입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이 에너지를 전문용어로 심리적 에너지(psychic energy)라고 한다.

그 원천을 흔히 정서적, 감정적 차원에서 찾는다. 오기(감정)가 나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는 박태완 수영 금메달 기록이 최근의 예가 된다. 바둑 두기가 재미(감정)있어 조훈현 사부(師父) 집에서 밤 2시까지 혼자 바둑을 놓아보는 중학교 학생 이창호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작은 키에 대한 콤플렉스(감정) 때문에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여 황제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링컨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정)가 통나무집에서 이를 악물고 공부하게 하였다. 물론 어머니의 헌신적인 자식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감정)이 노예폐지의 의지를 굳게 하기도 하였다. 유학 중에 졸리거나 잡생각이 떠오를 때면 직장에서 후배로부터 무시당하던 모멸감(감정)을 다시 떠올리며 공부에 전념했던 J박사는 퇴직하고서도 연구를 하고 있다.

두 학생의 지능지수(IQ)가 비슷하게 높은데, 한 학생은 학교공부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다른 학생은 낮은 성적을 받았다. 그 원인을 조사해보니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가정환경이 학생으로 하여금 학교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심리적 에너지 공급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이런 관점의 확산이 10여 년 전에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정서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연구로 나왔다. ‘IQ으로 입사하고, EQ로 승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이처럼 심리적 에너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 놈의 헌법’, ‘방구 질 나자 보리쌀 떨어진다.’의 격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쏟아내며 한 때를 풍미했던 사람이 심리적 에너지 사용의 방향과 조절을 잘 못 하여 자살하고 말았다.

어려서 부잣집 아이의 비싼 책가방을 칼로 몰래 찢어 버리는 가난에 대한 감정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까지 작용한 것이다. 비록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지만 ‘남한산성(김훈)’의 정명수는 자신의 노비 신분에 대한 증오(감정)가 양반과 조국에 대한 복수로 나타났다. 이것은 분노(감정)가 위장된 처절한 배설(카타르시스)이었다.

우리나라 교육학계에 서명원 선생님처럼 영어를 정확한 발음으로 유창하게 구사하는 분은 아주 드물다. 아울러 우리나라 교육학의 기초를 마련하신 몇 안 되는 학자 중의 한 분이다.

50년 전에 선생님이 일선교사의 가정배경, 특히 성장배경과 학생들의 인성지도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한 가지 걱정한 일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가난하지만 우수했던 학생들이 사범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를 마치고 학교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면 상당수의 선생님들은 자신의 과거 가난에 대한 원수 같은 감정이 자신도 모르게 학생들의 인성지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개중에는 학생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은근히 심어주는 실력 있는 교사가 있었다고 하였다. 요점은 학교의 선생님은 원만하고 궁핍하지 않은 가정에서 부모의 너그러운 마음을 받으며 성장해야 어린 학생들을 지도할 때 느긋하고 여유 있는 태도로 바른 인성지도, 잠재적 가치관 학습을 시킬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가난에 찌들었던 사범대 학생들에게 장차 어떤 정서를 지니려고 노력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셨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당선 소감을 발표하는 첫마디를 사채 빚에 머리끄덩이가 붙잡혀 끌려가던 어머니와 비정규직 일당 800원으로 고생하였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울먹이는 감격으로 토로하였다. 또한 정직하게 말하였다.

그러나 홍준표 당대표의 정서가 과거 중·고등학교 가난에 찌들었던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서명원 선생님의 말씀대로 학교의 선생님 정서가 여유로워야 하듯이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여당대표의 정서는 여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당연히 당대표에게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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