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산호만 1,500여점 자다가도 일어나는 ‘산호 귀신’
평생 모은 산호만 1,500여점 자다가도 일어나는 ‘산호 귀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24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수집량
해양관광 자료가치 충분… 국가에 환원 계획
“미래 세대 해양을 향한 꿈·희망 갖게 되길”
“사람들이 저를 두고 ‘산호 귀신’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일흔이 넘어가면서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자주 아프지만 산호만 보면 안 아픕니다. 다른 것은 조금만 무거워도 못 들지만 산호는 50kg 짜리도 거뜬하게 듭니다.”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간절곶 해양탐사체험전시관을 지은 박한호(74)씨는 자신이 모은 산호와 조개류 사이에 묻혀 50년 가까이 살았다. 지난 1965년부터 46년간 70여개국을 돌며 산호 1천500여점, 조개류 1천여 종류를 수집했다.

전시관은 2층 규모의 전시관과 3층 규모의 체험장을 갖췄다. 전시관 1층에는 조개류, 갑각류, 희귀어류 1천여 종류를 전시했고 2층에는 500여점의 산호가 전시돼 있다. 박씨는 이 전시관의 규모는 어떨지 모르지만 전시되거나 소장하고 있는 산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박씨가 처음 산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63년 원양어선 선장인 친구가 호박만한 산호를 선물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선물을 이웃사람들에게 구경을 시키자 모두 학생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충분히 있는 자료라고 입을 모았다. 이웃의 반응에 힌트를 얻은 박씨는 그 때부터 산호를 찾아 세계를 떠돌았고 멕시코, 브라질, 캐나다, 아프리카 일대, 동남아시아 등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라면 모두 돌아다녔다.

숙박업소를 경영하는 부인이 돈을 모아두면 그 돈으로 산호를 구입하기 위해 출국했고 외항어선의 선원이 되어 산호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부인 김연지(69)씨는 “밤에 자다가도 외국에서 전화가 오면 벌떡 일어나 짐을 꾸렸다”며 “처음에는 속이 상해 구박도 많이 했지만 미치지 않고서는 이처럼 많은 양의 산호를 모으는 대단한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아프리카 국가를 많이 다녔다. 지금은 나라 이름을 거의 잊어버렸지만 초창기 산호수집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당시 우리나라 라면이 아프리카에서 굉장한 인기가 있었습니다. 라면 3박스 정도를 들고 가서 한 봉지와 산호 몇 개를 물물교환할 정도였습니다. 3박스를 가져가면 산호 100개 정도를 구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산호를 반출하려다가 세관에 적발돼 몰수를 당하거나 구금을 당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산호에 대한 박씨의 관심을 꺾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0여년 전부터 전세계에서 모든 산호의 반출입이 금지됐다.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각국이 산호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내린 조치다. 그나마 소품은 허락되던 것이 2년전부터 그것마저 묶였다. 그러므로 산호 생태계가 양호할 당시 수집된 박씨의 자료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해양자료 자산으로 가치가 부각될만 하다. 수집된 산호와 조개류의 종류와 개수로 치면 국내에서는 독보적인 수준이며 세계 최대의 양일 수도 있다는 것이 박씨의 추정이다.

모아진 자료들은 기장, 해운대, 그리고 자신의 집에 창고를 마련하고 나눠서 보관했다. 자료들은 지역마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특색이 있다. 그러나 박씨는 보기 좋고 교육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집했지만 전문지식은 없이 수집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산호에 대한 국제적으로 통합된 학명이 없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 들어서야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산호 연구를 시작할 정도였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씨는 “외국은 이미 40년 전부터 해양자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인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늦은 것에 대해 아쉽다”고 밝혔다.

박씨는 평생을 두고 모은 자료를 언젠가는 국가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생각은 유언으로 남길 예정이라고 한다. 박씨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백화현상 등으로 산호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까지 모은 자료를 국가에 환원하면 국가는 세계적인 해양관련 관광자원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호를 지닌 국가에서는 일체 채취와 반출을 금지하고 바다 속으로 산호 탐사를 하는 스킨스쿠버나 관광상품을 개발해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게 따지면 바다속으로 가지 않고도 산호를 볼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든다면 충분한 관광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양선진국들은 해양자료 박물관을 잘 지어뒀지만 자료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적다고 말했다. 내년 5월에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국립 해양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개관한 전시관은 기본적인 수준으로 마련했다. 박씨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셈이다. 부산의 집을 정리해 전시관 건립에 모두 쏟아 부었다. 거처도 전시관 주변에 마련했다. 대송리는 박씨의 외가마을이다.

박씨는 “어린이와 청소년, 일반인이 해양생태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국가와 지역사회에 해양 생물학 관련 희귀자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전시관 건립의 목적이었다”며 “미래 세대가 해양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될 때 보유한 자료들의 교육적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간절곶 해양탐사체험전시관은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간절곶 입구 국도 31호선변에 있다.

이상문 기자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