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론(論)
칼럼 론(論)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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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칼럼(column)은 기둥 모양의 세로로 된 물체를 말하는 것인데, 신문의 칼럼은 특정한 주제에 관하여 세로로 세워진 직사각형 모양의 단(段)에 전문가의 글을 실으며 이런 형식의 글을 칼럼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하였다. 이에 대비되는 영어는 row로 가로줄이다. 군대 용어로 종대는 칼럼이고, 횡대는 row이다. 신문에서 row에 관한 별개의 의미는 없다.

널리 알려진 유명 칼럼의 특징은 첫째가 제목만 보고도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 가게 쓰인다. 둘째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이며 당연히 원론적인 주장을 나열하기 보다는 사례 중심의 구체적 이야기가 있는 글이다. 끝으로 독자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감동을 일으킨다. 그 감동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는 지적 감동 ‘아, 하!’가 있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은 ‘교수들이 두고두고 써먹으려 하는 정보’를 최대한 일찍 소개했기 때문에 많은 교수들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정도였다.

정서적 감동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눈물, 기쁨, 그리움, 분노를 느끼게 하는 반응일 수도 있다. ‘고백하자면 나는 평창에 열렬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연아의 PT를 보면서 평창의 비전이 우리나라의 명운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실력은 부족한데 노력도 안하면서 결과의 평등만 요구하는 사람들은 ‘내가 흘린 땀, 눈물, 잠 못 자고 투자한 시간, 포기한 즐거움 등 모든 것이 합쳐져 강심장이 됐다’는 연아를 배웠으면 좋겠다…‘잘하는 선수들과 경쟁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나오더라’던 연아를 떠올리며…(김순덕 칼럼)’ 이 밖에도 논리가 분명하여 이해가 잘 되는 글이며,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 있게 하나의 문단(paragraph)을 구성하는 수사학(修辭學)의 기본이 지켜지고, 이런 주제들을 모으면 대주제가 될 수 있게 쓰였다.

이 점은 독자로 하여금 각 문단별 작은 주제들을 쉽게 종합할 수 있게 해주어 글쓴이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소설처럼 작은 플롯(plot)이 있고, 탐정소설처럼 끝마무리에 반전도 되고, 마지막 문장에서 대미를 장식하듯 주제를 확인시켜주는 글들이다. 그래서 송호근(서울대 교수)은 칼럼을 수필이나 단편 또는 시(詩)와 같은 멋진 장르라고 한다. 그는 ‘칼럼을 설(說), 책문(策文; 정치에 관한 의견을 말하는 글)의 현대적 변용이라고 한다. 교수와 지식인에게 가장 유용한 장르다. 문제점이 있다면 대부분이 자기지식을 보여주는 데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현학적 내용과 전문용어로만 채워진 글이 되어 대중이 보지 않는다. 쉬운 언어, 논리와 감성이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 독자의 고민을 헤아리려면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D일간지, 7월 18일자에서 인용)’

모든 칼럼이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는 않는다. 다루는 내용이 어느 정도 전문성을 요구할 때는 해당 분야를 명시하여, 예로 과학칼럼, 경제학칼럼, 건축미칼럼, 패션칼럼 등등 세분화된 특정 독자를 상대로 제공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중적인 내용은 사회의 일반적인 문제이어서 정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그 다음이 막연하게 ‘문화’문제를 다루며 생활 전반에 걸쳐 주제를 잡는다. 이러다보니 신문에서조차도 칼럼, 사설(社說), 수필(隨筆, essay) 등이 다루는 내용면에서 혼합되어 게재되는 경우가 있다.

모 일간지의 사설이다. ‘…그를 통해 자라는 세대들에게 불굴의 의지와 개척도전정신을 일깨워줄 수 있어서다…그는 어릴 적 집주위에 있던 대나무와 소나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 고독하지만 고고한 모습을 좋아했음직하다. 나이가 들어서는 소나무를 더 좋아하게 됐단다. 이리저리 굽어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게 소나무를 좋아했던 이유다…’ 다음은 모 일간지의 수필이다. ‘…진정으로 반성하며 죗값을 치르고 사회에 적응하려는 출소자들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이제 마음을 열어야 한다. 범죄자라고 냉대하고 궁지로 내몰면 그들은 또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은 신문사의 주장이고, 수필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이야기’를 써서 같이 즐기자는 것이다. 돋보기 칼럼을 수필로 쓰고 있지 않은지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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