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교장선생님들
철학이 있는 교장선생님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1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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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명물 공업탑(1967년 건립) 로터리에서 해운대를 향해 남쪽으로 약 300m를 가다보면 왼쪽에 울산여자상업고등학교가 보인다. 여러 도시에서 공고, 농고, 상고 등의 이름을 다른 이름들로 개명하였는데, ‘울산여상(蔚山女商)’은 졸업생과 재학생의 긍지로 교명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이에 흐뭇한 정을 느끼며 교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강철호 교장(울산광역시 고등학교 교장회장)은 세칭(世稱) 남남북녀(南男北女)의 모델처럼 호남형의 의지가 강해 보이는 남쪽 지방의 남자였다. 소탈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이면에는 편하게 입은 남방셔츠와 크게 웃는 모습이 마치 교장실을 관리하러 온 아저씨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름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으면 권위적으로 보여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을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지난 7월 6일, 울산광역시 고등학교 교장 일동 이름으로 결의문을 발표하여 울산이 공업도시일 뿐만 아니라 바른 교육을 시키려는 ‘행복 울산 교육’인 점을 전국에 알렸다. 울산시민을 대신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보냈다. 손사래를 치며 바리톤 목소리로 겸손해 하였으나 결의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더듬게 해주었다.

울산의 어느 고등학교 남학생이 휴대폰 사용 문제로 교사에게 반항하며 폭행한 일이 지난 4월경에 있었다. 8주의 진단을 받은 교사는 바로 병원에 입원하였다. 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조용하게 교육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여 8주의 진단이 나올 정도가 되면 인권(人權)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바로 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고등학교 학생이 자기 학교 선생님을 폭행하였으면 인권을 떠나 다른 학생들이 모방할까 걱정되어 개별 지도를 한 것이다.

또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보고하라는 전례도 없어 한 달 넘게 지나고 있었는데 진원을 알 수 없는 소문이 밖으로 세어나가 중앙일간지에 보도되었다. 물론 기자들의 조용한 취재가 있었고, 폭행을 저지른 학생은 미성년자 틀에서 교육적으로 처리된 뒤에 보도 된 것이다.

좌파를 등에 업은 교육감이건 정치꾼 지향의 교육감이건, 그들이 아무리 국민을 우롱하는 정책을 선동적으로 외쳐대어도 일선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학교 운영에 그 정책을 반영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공염불(空念佛)이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교육철학이 있는 교장선생님은 흔들리지 않고 교육원리대로 학교를 운영한다.

지금 각급 학교에 특정 교원단체들이 있어서 학교장의 독선적 횡포와 부정을 저지르는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 즉, 옛날 정년이 단축되기 20여 년 전의 교장허세와 부정은 없어진지 오래이다. 한 예로, 학교장은 업무추진비를 현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교직원과 업무상 외식을 하여도 지출 결재 사항이 학교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게시된다. 말썽 많던 학생들 수학여행도 공개입찰을 하고, 그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 않아 가능하면 수학여행 자체를 실시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찌 보면 교장선생님들이 마지못해 출근하는 힘 빠진 할아버지로 인식될 수도 있다.

교권 문제 이전에 교육에서 장인(匠人) 반열에 오른 교장선생님의 자긍심을 세워주기 위해서, 굳이 ‘우리는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무관용주의를 원칙으로 학칙에 따라 엄격하게 조처한다’의 결의문을 낭독하지 않고 교장선생님의 철학으로 학교를 운영하는데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주 작은 일 하나를 제안한다.

각급 학교의 교사들 주차장에 ‘교장선생님’ 주차장을 명시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평등사회가 발달했다는 미국의 대학과 일부 고등학교, 특히 종합병원에는 건물 출입이 가장 편리한 곳에 총장 주차장, 교장 주차장, 원장 주차장, 응급 수술 담당 의사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울산여상의 주차장은 푯말이 없어도 학교 선생님들이 일정 장소를 교장선생님의 자리로 비워놓고 있다. 고마운 일이지만 학부형과 외부 인사들도 교장선생님의 주차장이 따로 있음을 알게 하면 그의 철학이 더 깊이 있게 학교 교육에 스며들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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