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용설화는 한류문화의 원조, 현대家 정주영 기업가 정신도 놀라워”
“처용설화는 한류문화의 원조, 현대家 정주영 기업가 정신도 놀라워”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1.07.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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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노래 즐기던 민족성 설화마다 엿보여
현대의 지역문화 투자노력 사례도 관심사
한국시조 우수성 뛰어나 전도사역할 자처
“처용설화에서 한류문화의 원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소개된 이 설화를 가만히 읽어보면 당시 신라인들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렀습니다. 그 민족적 기질이 현재까지 이어와 K-Pop의 열풍까지 몰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 언어문화학과 교수이면서 한국학 연구소장인 데이비드 맥캔(67·David McCann) 교수는 지난 12일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처용설화의 가치에 대한 새롭고 재미난 학설을 내놨다.

맥캔 교수는 처용의 정체성이 아랍인이라는 전제를 둔다면 중동국가나 인도, 중국 등의 나라에서 한국과 처용설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처용설화와 다양한 설화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한국인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사랑했고 춤과 노래를 즐겨했던 민족이라는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맥캔 교수는 헌화가의 연계설화인 수로부인 설화에서도 그러한 한국인의 정서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로부인이 남편인 순정공의 강릉태수 부임 행차에 동행하다가 벼랑에 핀 철쭉을 따달라고 청하는 모습에서 매우 서정적인 민족성을 느낄 수 있고 임해정에 이르러 바닷룡에게 붙들려 바닷 속으로 잡혀가자 백성들이 노래와 춤을 춰 풀려나왔다는 대목에서도 한류의 뿌리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맥캔 교수는 “신라의 사람들은 춤과 노래를 일상생활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며 “지금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려는 모습이 결국 고대 신라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배우려는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맥캔 교수가 12일 울산을 찾아 박맹우 시장을 면담했다. 내년 1월께 하버드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국문화 현장학습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울산과 경주를 찾을 계획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맥캔 교수가 가지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 가운데 처용설화와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에 대한 무게가 크기 때문에 한국 방문 일정에 울산을 반드시 끼워 넣은 것이다.

맥캔 교수는 정주영의 창업과정에 대한 이야기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정주영 회장이 1971년 영국 버클레이 은행에 조선소를 짓기 위한 차관을 빌리러 가서 은행 부총재와 담판한 신화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이 울산의 해안가 조선소 부지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돈을 빌려주면 여기다 조선소를 지어서 배를 팔아서 갚을 테니 돈을 빌려 주시오”라고 하자 은행 부총재는 “도대체 25만t급 배를 본 적이 있기나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정 회장은 거북선 그림이 그려진 당시의 500원권 지폐를 한 장 꺼내 보이며 “영국 사람들은 16세기에 철갑선을 본 적 있습니까? 우리는 세계 최초로 철갑선을 만든 나라입니다”라고 말해 차관을 성사시켰다는 내용이다. 현대그룹의 TV 광고에도 등장하는 이 에피소드는 외국인 교수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19세기 록펠러, 카네기 등 미국의 기업가들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금융업, 철강 등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 큰 기업을 일으켰고 20세기 들어 이들 기업은 재단을 설립해 교육·의료·문화 등에 기업의 이윤을 투입했습니다.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자동차, 조선 등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부를 축적했으며 현재 기업이 도시의 교육과 문화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성공 사례라고 봅니다.”

맥캔 교수는 정주영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시를 통해 설명하는 특별한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맥캔 교수가 한국문화, 특히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맥캔 교수는 “긴 이야기 보다 짧고 감동적인 시가 훨씬 더 울림이 클 것으로 본다”며 “정주영 회장이 영국 은행 부총재와 담판을 짓는 모습을 시로 압축해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맥캔 교수는 1966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와서 안동농업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그 때 지은 시조 ‘안동의 어느 밤’은 맥캔 교수의 서정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안동의 시내에서 지인들과 막걸리를 마시다가 통행금지에 쫓겨 집으로 돌아와 취한 상태에서 들었던 돼지 울음소리를 형상화한 이 시조를 맥캔 교수는 지금도 똑똑하게 외고 있다.

“하룻밤 안동 시내 골목 술집 구경하고/머리가 삥삥 돌 때 밭둑길을 거닐다가/도야지 꿀꿀소리가 이제 왔노 하노라.”

종장 첫 구의 운율을 맞추기 위해 ‘돼지’를 ‘도야지’로 표현한 대목에서 맥캔 교수의 한국 시조에 대한 이해의 폭을 짐작할 수 있고 60년대 중반 지방도시의 정취를 실감나게 느끼게 해 준다.

당시 맥캔 교수는 울산을 방문한 적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전해주는 울산의 모습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막 경제개발이 시작되고 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했지만 울산은 여전히 반농반어의 시골에 불과했다고 들었다.

지난 1월 울산을 찾은 바 있는 맥캔 교수는 현재의 울산에 대해 “생동감 넘치는 국제적인 도시”라고 평가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영어시조를 강의하면서 한국 시조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내년 1월 다시 울산을 방문할 때 ‘한류 열풍을 활용한 글로벌 광고전략’, ‘정주영의 기업가 정신’ 등의 특강을 실시할 예정이다.

처용과 정주영에 깊은 관심을 가진 맥캔 교수의 향후 계획에 대해 박맹우 시장은 맥캔 교수와 하버드대학생들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시티투어, 산업체 방문 등을 주선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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