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P할 것은 P하고, R릴 것은 R려야 하는 때가 아니다
지금은 P할 것은 P하고, R릴 것은 R려야 하는 때가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7.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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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산업의 발달로 여러 매체들이 활발하게 작동될 때, 대략 4,50년 전의 말로 ‘요즘은 자기 PR(Public Relations)시대야’ 하면서 P(피(면할 避)할 것은 피하고, R(알) 릴 것은 알려야 한다고 마케팅 전략, 경쟁생활의 일면을 풍자하였다.

이것을 바로 이용한 것은 경제가 아니고 정치판이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에 입후보한 정상 모리배(政商 謀利輩)들이 자기가 잘못한, 부도덕한 일은 ‘피’(避)하고, ‘알’릴 것만 알려서 유권자들을 현혹시켰다. 결국은 그들의 치졸했던 행동들이 다시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나 정치판에서 멀어지고 말았지만 폭로되기를 기다리는 기간도 길었고 그들이 해먹을 것 다 해 먹은 뒤라서 하늘만 보고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있는 행태이다.

50년 전 쯤의 가정교사 생활에서 체험했던 일이다. 운이 좋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지도할 때도 있었고, 가정교사의 실력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학생의 누적된 학습결손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던 학생도 있었다.

잘하는 학생과 부족한 학생의 큰 차이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온 날 저녁의 시험소감에서 나타난다. 잘하는 학생은 시험에서 자기가 틀렸던 것만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몇 개 안 되는 문제를 놓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으로 말한다. 부족한 학생은 자기가 맞췄던 문제, 역시 몇 개 안 되는 문제를 자랑하며 말한다. 가정교사만 짐작을 하면서 어이없어 할뿐이다.

골프 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을 관찰하는 일이 더러 있다. 싱글(single)을 친다는 사람은 잘 치는 사람이다. 이에 비해 보기플레어(bogey player)는 이제 막 초보 수준을 넘어선 중간 정도의 사람이다. 아주 부족한 사람은 골프장 잔디밭에 나가서 실제로 공을 치기 시작한지 몇 번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싱글이란, 프로 선수들을 기준으로 18개의 홀을 돌면서 72번 공을 친 타수를 기본으로 삼는데 이 보다 최대 9번을 더 치는, 그러니까 1타부터 9타까지 1위수의 보기(bogey)를 치는 사람을 말한다.

보기플레어는 15부터 18개 언저리를 더 치는 사람을 말한다. 골프를 치고 난 뒤, 마치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난 뒤 소감을 말하는 것과 같이 골프를 잘 치는 싱글은 실수했던 홀만을 이야기 한다. 반대로 보기플레이를 하기 시작한 사람은 잘 쳤던 홀, 그것도 몇 개 안 되는 홀만을 이야기 한다.

싱글이나 보기플레이는 아마추어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골프 연습장에 막 등록한 초보자들에게 ‘이렇게 쳐라 저렇게 쳐라’라고 레슨(lesson)해주는 사람은 보기플레어이고, 싱글은 누가 가르쳐달라고 하면 무엇이 안 되는지 물어보는 그것 하나만 아주 겸손하게 시범을 보여주고, 연습장의 프로 레슨을 해주는 사람은 돈을 주어야 가르쳐준다고 한다.

곧 선거철이 다가온다. 정치꾼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기가 틀렸던 것, 잘 못했던 것을 밝히지 않는다.

피한다. 본인은 물론 그 사람 밑에서 참모 노릇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쥐꼬리만큼 그가 잘 했던 기록(깽판 놓고 투사 노릇한 것들)만을 들추어 알리려고 한다.

지금도 피할 것은 철저하게 피하고 알릴 것만을 교활하게 알리고 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 특히 패거리 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알면서도 그냥 넘어간다.

그러고서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후회하며 자기가 선택했던 사람을 향해 욕을 해댄다. 최근에 어느 도지사(道知事)가 선거철을 앞두고 자기 잘못을 시인하면서 유권자들,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정치꾼들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를 연기하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지도자적, 실력 있는 일꾼은 잘 못했던 것을 밝히는, 그러니까 다음에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울산에서 지도자적 일꾼을 뽑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입후보자가 자기가 실수했던 것을 밝힐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인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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