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는 내공(內功) 쌓기 연습을
7월에는 내공(內功) 쌓기 연습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6.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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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부를 잘 한다는 학생들은 내공을 잘 쌓은 사람들이다. 최근에도 전국의 1등급 학생들의 공부하는 방법, 특히 학교공부를 잘하는 ‘공부벌레’들이 어떻게 자습하는지를 인터뷰하였는데 신조어(新造語)인 내공의 덕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5,6 등급의 학생들이 1,2 등급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바탕에는 비방약(秘方藥)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내공을 쌓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울산의 학부모들을 위하여 돋보기로 들여다 본 이 내공의 실체를 자세히 밝힌다. 전문가적 위치에서 인지심리학적(認知心理學的) 해설을 하기 때문에 믿을만한 이야기이다. 방학을 앞두고 학부모들께서는 내공 쌓기가 무엇인지 참고하여 자녀지도에 활용하기를 바란다.

먼저 주의할 사항은 학부모 자신이 학창 시절에 내공을 쌓아 본 일 없이 비상한 요령만으로 중간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그 요령을 자녀에게 가르치려고 한다면 이하 이야기는 읽을 필요 없다. 크게 반성한다면 아래의 내용을 따라야 한다. 더구나 내 자식이 공부를 잘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일종의 허영으로 자녀에게 내공을 쌓아야 한다더라고 잔소리 하려는 사람은 다음의 내용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다음 내용을 읽어보기 바란다.

첫째는 학생 자신이 내공 쌓기의 연습을 해야 한다. 내공 쌓기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신집중하기이다. 그냥 ‘나는 지금 내공을 쌓고 있다’라고 벽을 향해 앉아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학생이 책상에 앉아서 문제지에 밑줄 쫙 긋기만 한다고 해서 내공이 쌓아지는 것이 아니다. 내공(內功)은 한자풀이로 안(마음)으로 공을 들이는, 한마디로 정신을 집중하는 과정이다. 우물가에 정화수 떠놓고 공을 들일 때, 사발에 담은 찬 물 한 그릇에도 공이 들어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금방 구별할 수 있다. 들고 있는 자세에서부터 장독대에 내려놓을 때, 흐트러짐이 있나 없나와 조용한 자세인가 아닌가로 알 수 있다. 마찬 가지로 공부한다고 책상에 앉아있을 때부터 귀에 이어폰 꽂고 발로 장단 맞추며 책장을 넘기는 자세에서는 내공이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참선에 도를 튼 스님은 번잡한 시장통에서도 참선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듯이 내공이 쌓여 최고의 수준에 이른 학생은 등·하교 길의 버스 속에서도 내공으로 학습할 수 있다.

둘째는 이런 내공 쌓기를 처음에 어떻게 연습하여, 실행으로 옮길 것인가이다. 스님들이나 요가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참선(參禪), 명상(瞑想)할 때, 어떤 주제(화두)를 선택하고 생각한다. 이때 생각하는 것은 ‘기억해내는 것’이다. 아울러 생각한 것들, 기억으로 떠오른 것들을 서로 관계 짓고, 소위 구조화(構造化) 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이 알고 있어야 할 것은 나중에 써먹기 위해서 ‘기억으로 넣는 것’, ‘기억해두려고 애를 쓰는 것’과 이미 기억되어 있는, 머릿속 어딘가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정이라는 것이다. 객관식 사지선다형(四肢選多型)에서 답을 찾는 것은 힌트를 받아 ‘재인(再認, recognition)’하는 것이고, 주관식 논술문 쓰기 같은 것은 주제를 잡고 힌트 없이 ‘재생(再生, recall)’하는 것이다. 수행하는 스님들이 화두를 틀고 참선하는 것은 재생하는 것이다. 객관식 시험보다 주관식 시험을 힘들어 하는 이유가 재인보다는 재생하는 과정이 훨씬 힘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힘 드는 일을 참고 견디어내는 것이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다. 즉, 그날 학교에서 공부했던 것을 집에 와서 교과서나 노트를 보지 않고 재생해보는 것이다. 그러고서 재생되지 않은 것을 교과서와 노트를 펼쳐보며 재인해보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은 학부모가 눈을 감고 여기까지 읽은 내용을 재생하여 보기를 바란다. 재생된 것을 간단히 메모해두고 이 칼럼을 다시 읽어보며 무엇이 빠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재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학교에서, 또는 스스로 공부한 것을 저녁에 잠을 자기 전에 재생하는 것이 내공을 쌓아가는 것이다. 이것을 별도의 공책에 써가며 하면 더 철저한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믿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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