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만 그렇다고 할 일이 아니다
일부만 그렇다고 할 일이 아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6.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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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민주화를 외치며 학내의 여기저기에서 농성을 일삼던 때의 이야기이다. 명예훼손죄에 저촉되니까 차마 주동자의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 사람(학생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정치꾼이어서 ‘짐승은 아니다’는 뜻으로 사람이라고 함)은 사물놀이패와 운동(?)만 하는 사람들을 조종하여 커다란 소음으로 수업을 방해하였다. 이 사람의 패거리들이 필자를 인민 재판하였다. 재판의 이유는 필자가 민주화운동을 탄압하였다는 것이다.

어느 날 필자가 오전 수업으로 대형 교양과목(敎養科目)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강의실 구석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비싼 도시락을 반도 먹지 않고 버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강의실에 들어온 학생들 모두를 일으켜 세우고 여러 분의 학우(學友)들이 버린 쓰레기이니까 여러분이 치워야 한다면서 필자부터 쓰레기로 버려진 도시락을 주섬주섬 치웠다.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말끔히 치운 다음, 이것이 공부하는 장소다고 말문을 열고 ‘말 없는 다수’인 바로 여러 분이 힘을 보여주어 한다며, 간디가 비폭력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룩한 이야기와 더불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어가자고 하소연했다. 한 학생의 이야기로 어제 이 강의실에서 운동(?)만하는 학생들이 회의를 하며 도시락을 주문하여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돈은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가는 것 아니냐면서 여러 분들이 의견을 내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다음 날, 약 40여명의 무슨 무슨 학생대표들이 직사각형으로 둘러앉고 필자를 작은 변에 앉혀 놓은 채, 마주 보고 앉은 위의 그 사람이 추궁하였다.

학생들 앞에서 자기들의 정당한 회의를 공개적으로 비방했다는 것이며 이것을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자기비판이라는 말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소설에서 읽고, 영화에서 본 인민재판이었다. 겪은 대로 도시락 쓰레기 청소한 것을 밝히고, 그 값이 얼마이며 그 돈은 어디에서 지출된 것인지 비운동권 학생들 앞에서 밝히면 필자도 그에 합당한 해명을 하겠다고 힘주어 외쳤다. 그 사람의 대답 ‘그것은 일부의 행동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건전한 민주화 운동의 선봉대입니다.’에 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그냥 밖으로 나왔다.

일부가 저지른 행동 하나.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근무시간에 도박한 사건을 일부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그 무게가 다르다. 아주 옛날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이 시작될 때, 회사 간부가 근무시간에 사우나를 하러 갔다고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근로자들이 항의한 일이 있었다. 이에 일부 간부가 잘못한 일이라고 사과했을 때, 간부는 일부가 아니고 회사를 대표하는 힘 있는 사람들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는 똑같은 위치, 신분을 갖고 있을 때 그 의미가 나타난다. 간부나 대표의 행동을 일부라고 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일부가 저지른 행동 둘. 시인 김용택 씨가 전교조의 신문에 ‘지나치게 뻣뻣하고, 경직돼 있고, 불친절하다. 일방적이다’라며 전교조의 독선적인 행동을 비판하였다. 이를 두고 전교조에 속한 ‘일부 교사들’이 불편해 하는 모양이다. 특히, 한 교사는 ‘싸움의 현장에서 단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고 공격했다. 모든 교사들의 개인행동은 일부 시정잡배(市井雜輩)들의 개인행동과는 크게 구별된다. 교사 개인의 학생들에 대한 불공평, 부도덕한 교육행동은 많은 학생들에게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철든 학생들한테는 반면교사 기능을 보여줄 수 도 있지만 교육의 원리로서는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부교사의 행동이라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다만 우리에게 비전이 있는 것은 이런 비판하는 김용택씨의 글을 자기들이 발행하는 주간신문에 싣는다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부가 저지른 행동 셋. 고등학교 학생이 꾸짖는 선생님에게 막말을 하며 대든 것을 정신치료를 받는 일부 학생이라고 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왜 옛날에는 없던 일이 지금 ‘체벌 금지’라는 학생인권조례 아래에서 발생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그런 증상이 있는 학생이 있으면 다른 교사들도 유념해서 지도 하도록 동료교사들이 조용히 알려주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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