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자라는 머리를 좋은 머리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자라는 머리를 좋은 머리로 착각하고 있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6.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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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다 나쁘다’에 관한 연구는 심리학에서 주로 다룬다. 더 자세히는 지능이론(知能理論)에서 취급하는데 그 내용이 지난 60 여 년 동안에 상당히 변했다. ‘발전했다’는 말을 여기서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만큼 지능에 관한 연구는 자연과학에서처럼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판단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지능의 정의(定義)와 법칙(法則)의 적용(適用)이 논리적으로 깨끗하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원자를 진동시키면 열이 발생한다는 법칙을 적용하여 전자레인지를 만들어 내는 자연과학의 발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능에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복합적 요인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래도 일별(一瞥)하면, 최초로 영국의 심리학자 스피어만이 1940년대까지 지능검사 결과를 통계적으로 처리하여 규명한 것이 지능의 일반요인(g-factor)과 특수요인(s-factor)이다. 이를 단순화시켜 풀이하면, 일반요인은 국어 잘하는 학생은 수학도 잘하더라는 풀이이다. 한편, 특수요인은 다른 것은 몰라도 암산(暗算) 하나는 끝내준다는 식이다.

이런 지능의 정의가 변하여 널리 알려진 써스톤(Thurstone)의 7가지 요인(언어, 지각, 추리, 기억, 단어유창성, 공간지각, 귀납적 사고)으로 분화되다가 지능을 구조적 개념으로 접근하여 1)내용, 2)주어진 내용을 어떻게 조작하느냐, 3)조작한 결과로 어떤 산출을 보았느냐의 3가지 측면이었다.

이 구조적 틀에서 강조한 것이 요즘 강조하는 ‘창의력’에 해당되는 확산적 사고가 나왔고, 이에 대비되는 수렴적 사고가 나왔다. 현재는 가드너의 다중지능, 스턴버그의 삼원론(처리, 경험, 실제상황)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들 모두 서양의 조작적 정의(操作的 定義, operational definition)를 통해 나름대로의 지능검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양식의 머리가 좋고 나쁨에 관한 측정과는 다르게 스님의 수행에서는 ‘깨달음’ 하나로 정의한다.

“수행은 우리가 길들여져 있던 습관과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모든 앎, 모든 업(業)의 사슬을 끊고 진정한 지혜와 자유를 얻는 것, 그것이 수행의 궁극적 목표이다. (스님은 사춘기. 251쪽)”

“우리가 그동안 ‘아는 것’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아는 것을 버리고 ‘모름’의 세계로 뛰어들어보는 것이다. … 모름의 상태는 어떤 판단이나 규정을 짓지 않은 상태이다. 이것만이 옳다고 확신하지 않고 이것이 옳은가 묻는 성찰의 자리이다. 그러므로 모름 그 자체만 가지고도 우리는 이미 분별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된다.…그 자리는 고정관념으로 사물을 잘 못 보는 인식의 틀을 깨버린 자리이고 모든 이원성(二元性)과 상대성을 떠난 자리이다.(같은 책. 252쪽)” 이 말을 억지로라도 비약시키면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고전물리학 체계에서 벗어나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전시킨 깨달음과 같은 경지이다.

어렵게 절간으로 고시원으로 돌아다니며 공부하여 고시에 합격하면 머리가 좋아 출세하게 되었다고 모두들 당사자를 칭찬하고, 그의 부모를 부러워하고, 반대로 속으로는 질시를 보냈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달달 외우는 고시공부를 수행으로 여기면 고정관념에 빠져드는 것이 된다. 잘 외웠던 내용을 모름의 세계로 넣어두고 깨달음의 세계로 바로 나왔더라면 오늘의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고위공무원이 되어 저축은행비리를 저질러버리고 마는 고시합격생은 분명히 스피어만의 지능요인으로는 특수요인을 조금 더 갖고 있을 뿐이다.

이것을 두고 머리가 좋다고 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를 범하게 한다. 이 특수요인을 일반요인(general factor), 나아가 정서지능(情緖知能; 상대방의 입장에서 느낌을 맛볼 수 있는 능력)까지로 확대재생산 시켜야 진정으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창의력은 그 다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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