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가축분뇨로 도랑에 손조차 담그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마을에 축산 농가들이 줄어들면서 차츰 예전의 모습을 찾고 있죠.”
울산 중구 성안동 성동마을의 성동도랑은 점차 과거의 모습을 되찾으며 다시 다슬기와 물고기들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마을이 고향인 전 중구의회 의원 박홍규씨는 어린 시절 성동도랑과 얽힌 추억이 많다.
큰물이 지고 나면 동천강을 따라서 민물장어들이 올라왔고, 밤이면 손전등을 들고 나가 붕어와 미꾸라지, 중태기 등을 소쿠리에 끌어 담기도 했다.
겨울이면 물이 가득한 보에서 얼음을 깨 물을 퍼내고 고기를 잡았다. 도랑물을 그대로 마시고, 발가벗고 멱을 감았다. 못자리를 끝내고 잠시 짬이 나던 시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도랑가에 모여 화전놀이를 하며 정을 쌓았다. 지금의 35가구 성동마을 주민 대부분이 그와 똑같은 추억을 갖고 있다.
박 전 의원도 지금이야 모두 바빠 그럴 겨를이 없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입가에 웃음이 돈다. 자연 그대로였던 도랑은 홍수로 둑이 무너지고 유실되면서 보수과정을 거쳤고,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깨끗했던 성동도랑이 점차 모습을 잃어간 건 80년대 중반 이 마을에 축산농가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오수관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축산분뇨들이 그대로 도랑으로 배출됐다. 지금은 축산농가들이 한두 곳에 불과하고 따로 분뇨처리시설을 갖춰 오염원이 사라졌다.
“요즘은 도랑에서 다슬기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과거에 살았던 물고기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따로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축산농가가 없어지면서 자연적으로 하천이 치유되고 있습니다. ”
성동천은 성안옛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 성안옛길은 성동마을의 농로들을 이어 만든 길이다. 도랑을 따라 걸으며 수생태를 보는 것도 재미다.
박 전 의원이 학창시절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수 없었던 오지마을은 이제 조금만 움직이면 대단지 아파트가 보이는 도심 속 시골마을이 됐다. 성동마을도 개발의 문턱에 와 있다. 어쩌면 성동도랑도 덮이고 그 흔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양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