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게도 아킬레스 건은 있다
상대에게도 아킬레스 건은 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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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1세는 불길한 예언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예언자들을 모조리 잡아서 처형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느 날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예언자 한 사람이 체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루이 11세가 직접 그 사람을 불렀다.

“네가 정말 예언자라면 네 운명도 한 번 맞춰봐라. 네가 얼마나 더 살아있을 것 같으냐?”

“예. 폐하,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제가 폐하보다 3일 전에 죽는다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황제는 예언자의 생사여탈권을 즐기고 있다. ‘네가 뭐라 하든 넌 내 밥이야. 30년 후에 죽는다고? 웃기네. 3일 후에 죽여주지. 오호 20년 후에 죽는다고? 이틀 후에 죽여주지. 내가 진정 네 목숨의 예언자라구, 알았어?’

자신만만한 황제, 그러나 예언자는 그런 심중을 거울 보듯 꿰뚫고 있다. 황제가 가진 무력(武力)을 능가하는 인간의 정신 깊은 곳을 흔드는 영적(靈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음대로 하십시요. 그러나 나 죽이고 편히 주무시지는 못할 걸요. 삼일 후엔 폐하도 죽게 되니까요. 자, 두 손 들고 항복하시죠?’

배짱놀음에서 판정승한 예언자는 유유히 궁을 빠져나왔을 뿐만 아니라 죽는 순간까지 최고의 식사와 진료는 물론 황제에 준하는 경호를 받았다. 행여 병이라도 나면 더 안타까워하는 황제의 안절부절을 은근히 비웃으면서.

어떤 부인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고등학생에게 다가가 얼굴을 찡그리고 꾸짖었다.

“네가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너의 엄마는 알고 계시냐?”

그러자 그 소년이 대답했다. “아주머니, 부인이 거리에서 낯선 남자에게 말을 건다는 걸 남편께서는 알고 계신지요?”

그러고 보니 소년은 부인의 아킬레스건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있다. 비즈니스(business)는 인간성이 넘치는 동창회도 아니고 페어플레이만 기대할 수 있는 이상적인 테니스 게임도 아니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항상 신사적인 사람만 만나는 건 아니다. 나의 약점을 잡아 집요하게 괴롭히는 경우도 때론 당한다. 당황해서 고양이 앞에 생쥐 꼴을 한다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음은 물론 언제 일방적으로 당할지 모른다. 피도 눈물도 없는 인수합병, 중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의 은근한 협상 압력 등을 상상해보라. 인정에 호소하고 진심으로 상황을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항상 말하는 바지만 이런 위기 시에도 유머가 문제를 해결해준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사용할 때가 온 것이다. 상대가 나의 약점을 걸고 최후의 공격을 해 온다. 간략하게 순서화해 보자.

1단계 :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인다.

2단계 : 내가 피해를 보면 상대도 피해볼 수 밖에 없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다.

2차 대전 때 스위스가 이 방법으로 피해를 줄였다. 독일이 스위스를 공격하려하자 스위스는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1단계 : 독일이 전쟁을 걸면 우린 막을 힘이 없다는 걸 인정한다.

2단계 : 그러나 항복은 없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 게릴라가 될 것이다. 우리가 궤멸될 즈음이면 독일도 만신창이가 되어 무기력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중립을 지키고 싶다. 가부간 결정하라.

원래는 독일이 스위스를 협박하려했는데 거꾸로 스위스가 강국인 독일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가했고 이에 놀란 히틀러는 스위스를 자극하지 않으려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는 이런 극단적인 해결을 프로들은 원치 않는다.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한다. 입으로 말은 안 하지만 손으로 상대방과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자, 그 대마(大馬) 내 놓으시지.”

“그래? 그럼 당신 대마도 끝장이야. 한 번 해볼까?”

세계 최고 고수인 이창호 바둑을 보면 큰 욕심부리는 경우가 드물다. 이 쪽을 공격하는 듯하며 저 쪽을 양보하고 큰 이익을 보면 약간의 이익은 상대에게 양보한다. 타협하며 은근히 두다보면 최후에 반집이나 한집반이라는 미세한 차이로 승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아마추어들은 겉 옷 벗고 도망가는 상대방을 기어이 쫓아가서 속옷까지 벗으라고 공격하다가 불의의 일격을 받아 망하는 것을 자주 본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 않고 타협하는 능력의 차이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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