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주 경계 흐르는 청정도랑
울산·경주 경계 흐르는 청정도랑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1.05.2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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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북면 소호리 태종마을 삼박골 도랑 <3>
“마을 주민 40여 가구가 이 도랑의 물을 상수도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전혀 오염이 없는 청정 도랑입니다.”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태종마을 주민 김종철(65)씨는 3대조부터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토박이다. 울산의 최고 오지로 분류되던 이 마을에 소호천이라는 제법 큰 하천이 흐르지만 김씨는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흐르는 삼박골 도랑에 더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각종 물고기들이 도랑에 가득했고 천렵으로 시간을 보내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도랑입니다. 지금도 그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도랑의 오염과 관계없이 물고기의 숫자는 반으로 뚝 떨어져 아쉬움이 큽니다.”

삼박골 도랑은 울산과 경주의 경계지점에 있다. 도랑의 북쪽은 경주고 남쪽은 울산이다. 행정구역만 다를 뿐 이 마을 40여 가구는 이 도랑에서 식수를 얻고 있다. 마을이 들어선 곳에서 30여 m 상류지점에 관을 묻고 산에서 내려오는 청정수를 마시고 있다.

그러나 이 도랑도 여느 도랑과 마찬가지로 마을사람들이 흘려보내는 생활오수로 마을을 기준으로 하류에는 적지 않게 오염이 되고 있다. 생활 방식이 현대식으로 바뀌고 영농방법도 퇴비를 사용하던 재래식 방법에서 탈피하다 보니 마을사람들에 의해 생산되는 오수를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소호마을은 수량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여름철 가뭄이 들면 오히려 풍년이 들고 장마가 지면 냉해로 농사를 망친다고 한다. 그래서 소호사람들은 가뭄 드는 여름철 언양장이나 경주장에 가서는 소호에서 왔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떠들었다고 전한다.

삼박골 도랑도 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김씨도 크게 가뭄이 들던 해 한 번 도랑의 수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보았을 뿐 깊은 산에서 내려오는 맑고 시원한 물이 그친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술회했다.

최근 소호마을은 울산도심과 인근 대도시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별장으로 사용하는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유입으로 자연이 훼손되는 경우는 경미하고 도랑을 훼손하는 예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적한 심산유곡으로 남겨져 있던 마을이 조용한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외지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와 별장을 지으면서 가구수가 점차 늘어나고 도심에서 벗어난 이곳에 전원주택을 짓는 도시민들도 늘어나지만 농사지으며 도랑에 의지해 살아가는 전통적 생활방식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유입으로 마을 주민들과의 다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통은 별로 없습니다.”

하루 네 차례 노선버스가 다니는 태종마을 뒤편에 조용하게 흐르는 삼박골 도랑은 이 마을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성정만큼이나 순박하고 고요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는 산새소리와 어우러져 청량감을 더한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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