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화법
위로화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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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를 설립한 언더우드 목사가 어느 개척교회 젊은 목사를 방문했다. 그 교회에는 신도들이 다 떠나버리고 목사 내외 단 두 명만이 외롭게 남아 있었다. 침통한 그들과는 달리 만면에 웃음을 보이면서 언더우드 목사가 상심에 빠진 젊은 목사를 위로했다.

“목사님은 희망이 있습니다.”

“예?”

“지금 3명 밖에 없으니 여기서 더 줄어들 리는 없고, 앞으로는 오직 늘어날 일만 남았으니 얼마나 소망스러운 일입니까?”

언더우드 목사가 단순히 희망을 설교했다면 의례적인 방문이 되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위로로 무장한 유머와 한바탕 웃음은 젊은이에게 마음속으로부터 샘솟는 용기를 주었고, 그 젊은 목사는 다시 힘을 얻어 성공적인 목회활동을 할 수 있었다.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유머를 한다. 위로의 리더십이다.

어떤 시인이 문장 하나를 가지고 밤늦게까지 끙끙대며 고민하자, 그의 아내가 위로하며 말했다.

“작품을 만드는 게 출산의 고통과 같다더니 당신 애쓰는 걸 보니 꼭 내가 애 낳을 때와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자 남편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 그런 말 말어. 그래도 애 낳기 전에는 재미라도 보잖아.”

퉁명스럽게 받긴 했지만 아내의 위로에 작가 남편은 조금이라도 힘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그 옛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아무데서나 잤던 원시인과 비슷하지만 사회는 엄청 변했다. 그 차이만큼 마음 깊은 곳에서 스트레스가 생긴다.

치열한 경쟁이 있으니 성공자가 생기고, 그 이상의 낙오자도 생긴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생기듯 판매에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실패한 사람도 반드시 배로 생산되게 마련이다.

위로의 수요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위로의 기술이야말로 문명시대를 살아가는 작금에 더욱 간절히 요구되는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부족한 특급 능력이다. 언더우드는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어설프게 위로한 게 아니라 절망적 상황을 희망으로 재구성하고 낙관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그가 교인을 전도해준다거나 건물을 크게 지을 수 있게 돈을 제공해준 것이 아니다. 그가 한 것은 단지 말 한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새롭게 상황을 해석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위로가 되며 상처를 싸매어주는 건 바로 이런 말 한마디다.

주위를 둘러보면 위로를 받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당신이 근무하는 빌딩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가? 그 중 열에 아홉은 위로를 간절히 필요로 하고 나머지 하나는 조만간 위로를 필요로 할 사람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외로운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틀림없다. 남의 위로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초인(超人)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미스 김은 얼굴은 예쁜데 회식 자리 특히 노래방 가는 걸 극도로 불편해한다. 얼굴은 예쁜데 노래 솜씨가 영 아니기 때문. 박자 무시, 음절 무시, 멜로디 무시 음치의 3대 요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1절이 끝날때 쯤이면 사무실 선배 언니들이 의례 마이크를 빼앗아 2절을 멋들어지게 대신 부른다. 그 순간 마이크를 뺏기고도 한 마디 말 못하는 수치감이라니. 그녀의 수호천사인 당신이 그 자리의 사회자라면 체면을 살려주어보라.

“반주기에 구애받지 않는 창의력이 돋보이지요. 작곡자의 의도를 재창조하는 능력도 발군이구요. 박수 한 번 쳐주세요.”

회사에서 청춘을 다 받쳤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명퇴란 날벼락을 맞아 의기소침, 망연자실한 이부장 환송식 자리.

“부장님의 능력을 세상이 몰라서 아쉽습니다. 천재는 세상을 수 십 년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너무 일찍 태어난 천재는 외롭습니다. 부장님은 오늘 떠나가지만 언젠간 모두가 아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실패자들로 가득하다. 영업 실패, 기획 실패, 판단 실패, 상사에게 야단맞고 괴로워하는 직원들, 고객에게 외면 받고 힘들어하는 동료들. 위로는 당신의 몫이다. 순발력도 화술도 필요하지만 진정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남을 위로할 순발력과 따뜻한 마음이 있다면 나이나 직급과 관계없이 당신은 진정한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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