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과의 짧은 인연
《제109화》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과의 짧은 인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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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희대학교의 조영식 학원장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었다. 조 학원장은 세계대학총장회의(IAUP)를 직접 창설하시고 지금도 그 단체의 종신 명예회장으로 계시고 있다. 1990년대 스페인 바야돌리스에서 세계대학총장회의가 열렸을 때, 내가 처음으로 10여명의 한국의 대학총장들과 함께 조영식 학원장을 모시고 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몇 분 기억되는 총장들은, 고 이원설(한남대), 백형철(관동대), 신일희(계명대), 오태균(신라대)씨 등이었다. 그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일본 고베,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집트 카이로 등에서 개최된 회의에 참석했다. IAUP 회의에 참가할 때마다 나는 아쉬웠던 점이 한 가지 있었다. 한국인이 창설했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국제적 단체에 우리나라 명문대학의 총장들은 참석을 기피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조영식 학원장으로부터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 뜻은 경희대학 산하에 평화복지 대학원이 있는데 거기서 한 학기 정도 영어로 강의를 하고 내년 봄 쯤(2001) 대학원장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학원장은 손재식(전 통일부 장관)씨로 10년 동안 애를 써오셨는데 그 후임으로 일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매우 고맙기는 하지만 내가 이 일을 맡는 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했다. 경희대 평화복지 대학원은 조영식 학원장께서 경희대와는 별도로 법인을 설립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시설은 경기도 광릉수목원 정문 인근, 그야말로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마련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출퇴근이 쉽지 않아 불편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조 학원장이 쓴 이념적 기본서부터 읽었다. 그는 인류사회의 미래와 인간본성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 또한 지도자는 인류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것보다 낙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내 신념이었다. 나는 내가 맡을 강의제목을 ‘Education for the World Peace’로 정하고 그 상세한 내용을 구성했다. 실러버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때 UNESCO 본부(파리)의 평화, 문화, 인권, 민주주의, 국제이해, 교육 분야에 관한 자문위원으로 봉사한 적이 있어서 이 강의는 그렇게 생소한 분야가 아니었다. 2001년 2학기에 10여명의 학생을 상대로 첫 강의를 재미있게 하였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평화연구와 교육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 검토하였다. 박상식(전 외교안보연구원장) 교수와 공영일(전 경희대 총장)교수와도 새로운 교분을 맺어서 즐겁게 지냈다.

2001년 1월 5일, 나는 경희대 교무회의에서 평화복지 대학원 원장 발령장을 받았다. 평소의 부러지지 않는 집념이 새롭게 발휘되는 시작이었다. 바로 평화복지 대학원의 발전방향을 설정하기 위하여 외국의 평화대학원들의 교육과정(敎育課程)을 더 철저하게 연구·검토하기 시작했다. 교육목표, 교육내용, 과목명칭 등에 관해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그런데 며칠 되지 않아 새로운 과업이 청와대로부터 떨어졌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으로 추대된 것이었다.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은 것이었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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