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한림대학 재직과 대학경영의 자율성
《제108화》 한림대학 재직과 대학경영의 자율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19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림대학을 운영하는 3년 동안 내가 건설을 추진한 건물은 사회과학관과 기숙사동 1동이었으며 중강당은 기본 설계의 구상을 마치는 데에 그쳤다. 여러 대학의 평가 과정에서 기본적 시설의 확충은 물리적 조건으로 보아 필수적인 것이어서 우선 건설부터 착수했다. 대학평가인정제 시행 첫해(1994년)에 나는 ‘대학의 학생 수만 알고, 대학의 정문에 들어서서 학생들의 표정만 살피면 이 대학의 살림살이가 그려진다.’고 말한 일이 있다. 이런 말의 배경은, 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출범(1982)부터 참여하여 대학평가인정제의 산파역할을 한 데에 있다. 실제로 대학평가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실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한국대학 발전사에서 대학평가인정제는 한 획을 긋는 것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숙사 교육은 기숙사생들이 학생수련원을 활용하여 한 밤 중에 수련원 주변 10 km 정도를 돌면서 특수 경험을 하게하는 프로그램과 대학 기숙사 안에서 실시하는 강연 프로그램과 특정일에 ‘영어로만 말하기’와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여교수(女敎授)의 대학행정 참여를 장려하는 한 방법으로 여교수들에게 학과장이나 연구소장 같은 가벼운 보직(학생생활연구소장, 평생교육원장등)을 적극 임명하였다. 나중에 한림대학에 방문했을 때 확인된 바이지만 과거 남자만 우글거리는 ‘남성위주 교무회의’가 여교수도 여러 명 섞여있는 교무회의로 변화되어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면 왜 한림대학에서 그렇게 길지도 않은 4년 임기도 못 채우고 1년을 남기고 3년 만에 떠났는가? 간단히 말하면 나에게도 문제가 있었지만, 더 근본적으로 총장의 대학 경영에 관한 자율성을 제약하는 상황적 요인이 더 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한림대학에 가기 전에 봉직했던 두 대학은 강원대학교와 울산대학교였다. 전자는 국립대학이고, 후자는 사립대학이다. 인상적으로 보면 흔히 국립대학이 사립대학보다 대학경영의 자율성이 더 제약 받는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국공립대학은 ‘사육조직’이고, 사림대학은 ‘야생조직’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면에서는 국공립대학의 총장이 더 속 편한 점이 있다. 물론 법률 제도적 경직성 때문에 국공립대학의 경영의 자율성이 제한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총장이 법률 제도적 한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결심하면 제정 확보 면에서는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울산대학에 있을 때는 재단이나 이사장이 바쁜 사람들이라 총장이 대학에 어떤 경영적 결정을 내리더라도 재단이 대학에 대해 간섭하는 바가 없었다. 내가 울산대학 총장으로 있는 동안 이사장이 특정인을 신규 교수로 채용하기를 강권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이사장이니까 특정인을 교수로 채용해 줄 것을 부탁 받을 수는 있다. 울산대학 재임 8년 동안 7번의 이와 비슷한 부탁을 받았지만 한 번도 채용하지는 않았다. 그랬음에도 정몽준 이사장은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림대학교 설립자이신 윤덕선 이사장이나 현 이사장도 그 점에서는 철저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사장 가족 중 한 사람이 대학의 학과교수 정원을 한 사람 늘리는데 ‘학과 10개년 발전계획을 가져오라’는 좀 무리한 말을 하는 데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었다. 떠나는 것이 나의 최선책이었다.

정리=박해룡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