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人身攻擊)
인신공격(人身攻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1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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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청문회의 모습을 야구경기 관전으로 풀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운동장에 직접 가서 보는 경우는 나름대로의 군중심리적인 흥분이 일어나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이것은 국회의 일반 참관 석에서 청문회의 실전을 관전하는 것으로 비견될 수 있다. 집에서 TV 중계로 야구 중계를 보는 경우는 운동장에 갔다왔다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만큼 실전의 묘미는 느낄 수 없다. 운동장에서의 응원, 고함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국회청문회를 TV로 보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일반 참관 석에서 큰 소리 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딴청부리고 있는 국회의원, 억지로 점잖은 척 하는 국회의원의 별이 별 모습들을 실물로 감상할 수 있다. 야구경기를 집에서 TV 중계로 볼 때의 백미는 결정적인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되돌아가서 반복해주는 장면이다. 청문회의 TV중계에는 이런 것들이 없다.

국회청문회에서 질문하는 국회의원은 야구의 투수와 같은 역할로 비추어진다. 타자는 정부 고위직에 내정된 후보자로 보인다.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투수의 공을 파울 볼로 쳐내기도 하고, 볼을 잘 골라내어 투수로 하여금 허탕을 치게 하고, 손을 들어 투수의 리듬을 끊게도 하고, 그러고서 투수가 불명예스럽게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홈런을 쳐내는 것이다. 즉, 잘 못 짚은 질문에 결정적 답변을 하여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투수도 광속구의 직격탄 세 방으로 타자를 아웃시키기도 한다. 즉,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게 치명적인 질문들을 증거와 함께 쏟아 붇는 것이다. 이런 장면에서 후보자의 어설픈 표정관리와 동정에 호소하는 표정은 스릴을 느끼게 해준다. 이때 시청자 국민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의 떳떳함을 볼 수 있다. 청문회 관전의 재미는 이런 데서 나온다. 싱거운 경기는 볼 것이 없듯이 재미없는 청문회는 공격도 방어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끝나는 것이다.

운동장에서 보건 집에서 보건 가장 재미없는 아마추어 야구경기는 콜드게임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장 재미없는 청문회는 9회 말까지 지루하게 가면서 청문회의 질문자 국회의원이 인신공격을 교묘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인신공격도 경계선에 있는 아슬아슬한 공격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거야말로 투수가 볼 배합과 컨트롤이 잘 안 될 때, 타자를 향해 던지는 폭행성(暴行性) 위협 볼이다. 이런 볼을 당하면 타자가 타석을 벗어나 투수한테로 쳐들어가서 누구처럼 2단 옆차기를 날린다. 마침 상상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인신공격을 잘 하는 그 국회의원이 다시 그 버릇을 보이면, 되받아치기를 하는 것이다. ‘예, 아직까지 해명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을 밝히며 답변에 대신할까 합니다. 의원님의 할아버지께서는 조선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사형을 당하신 것으로 인터넷에 나와 있습니다. 이것을 밝히시면 저도 제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운동경기를 관전할 때, 우리는 몇 가지 감정에 이끌려 간다. 응원하는 쪽이 정해진다. 이때 어떤 연고가 있으면 감정이 더 강해진다. 어느 한 편에도 연고가 없으면 약한 쪽을 응원한다(필자의 경우). 한 때 올림픽 레슬링 경기에서 ‘빠때루’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해설을 들으며 우리나라 선수를 응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다리를 쭉 뻗거나, 몸을 비틀거나, 팔에 힘을 주며 옆 사람을 밀친 일들이 있었다. 전문용어로 감정이입(感情移入, empathy)이 생긴 것이다. 국회청문회에서도 감정이입이 작동한다. 몰상식한 인신공격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경우, ‘뭐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았어? 어느 지역구 출신이야? 그 지역 사람들 수준이 저 정도 밖에 안 되나? 사돈 맺을 동네가 아니구먼!’

같은 논리로 고위공직자 후보의 결정적 과거가 들추어질 경우, ‘누가 저런 사람을 내정했어? 대통령이 사람 볼 줄을 모르는구먼. 우리가 저 정도 밖에 인사 관리할 줄을 모르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어? 다음에는 어림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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