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화》 최연소 총장이 되어(3)
《제103화》 최연소 총장이 되어(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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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回顧錄)의 극적(劇的)인 장면을 글쟁이(정리자)가 기교를 부려 분장하는 것은 일종의 거짓말이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보다는 당신께서 과거로 다시 돌아가(回),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고(顧) 담백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이 장면을 분장하지 않고 독자에게 친필내용으로 보여드린다(정리자).

국립대학 총장의 공식적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그러나 총장의 임명장 수여는 국무총리가 대신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본인의 비서관을 대학총장으로 임명하는 일을 번거롭게 총리에게 맡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82년 1월 초순에 청와대 본관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임명장을 수여받았고, 차나 한잔 하고 가라는 권유를 받아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대면하고 마주 앉았다.

‘강원대학에 가면 너무 젊은 총장이 왔다고 말이 좀 있을거야.’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주시면서, ‘이 돈으로 교수들과 자주 저녁 식사를 함께 하시오. 당분간은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밥 먹을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참으로 가슴 뭉클한 고마운 말씀이었다. 동생에게 형이 인생사는 법을 한 수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강원도 춘천 쪽에서는 새로 부임하는 총장이 서울대학에서 정교수도 해 보지 않았고 학과장 경험도 없는 44살 밖에 안 된 젊은 사람이 강원대학을 끌고 갈 수 있을까의 말들이 있었다.

대통령께서 이규호 문교부 장관에게 나에게 맡길 자리 하나 구해보라고 했는데 한국방송통신대학 학장 자리를 추천했던 모양이다. 김경원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그 대학은 학생도 없고 교수도 없는 대학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수석 비서관 했던 사람을 그런 대학에 보낼 수야 없지. 다른 대학을 찾아보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서실장이 문교부 차관에게 한 번 더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정태수 차관이 그 다음 해 2월 말까지 공석이 될 두 대학을 찾았는데 그것이 충북대학교와 강원대학교이었다. 충북대학은 나의 은사이신 정범모 박사께서 총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한 번 더 연임될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강원대학은 이민재 박사께서 맡고 있었는데 어차피 정년퇴임하셔야 하기 때문에 강원대학 쪽을 선택했다.

82년 1월 11일 아침, 얼어붙은 경춘 도로를 달려 강원대학교에 도착했다. 마침 정원식, 김종서, 고인이 되신 이영덕 교수 세분 원로 교수(서울대학교 사범대학)가 신행 가듯이 강원대학교까지 와 주셨다. 아마도 젊은 교수가 국립대학 총장으로 떠나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감사한 일이었다.

세분의 선배 교수님은 차 한 잔 마시고 평소에 잘 아시는 강원대학교 교수님들을 찾아보고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로 돌아가셨다.

나는 첫 교무회의를 소집했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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