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素朴)한 어린이날을 위하여
소박(素朴)한 어린이날을 위하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0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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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순수하게 어린이를 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어린이날이라는 형식에 이끌려 가식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잔치를 벌일 일이 아니다. 마음에 없는, 억지로 떠맡기는 식의 잔칫상을 어린이에게 차려주어서는 안 된다.

여기 소박하게 내일 어린이날을 뜻있게 보낼 수 있는 동화(童話) 같은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쓸 만한 것을 선택하기 바란다. 필자가 초등학교 교사 경력에 아동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화 같은 어린이날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6학년 또는 조금 조숙한 5학년 학생에게는 어린이라고 특별하게 해줄 일이 없다. 다 큰 아이를 아직도 꿈 많은 순진 덩어리로 취급하는 것은, 일종의 인권침해이다.

또한 요즘의 초등학생은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제창하던 약 90년 전의 초등학생들과 영양이나 부모들의 보살피는 정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솔직한 말로, 필자를 포함한 상당수의 어린이가 아닌 애들은 귀찮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만 낳아야 하는데 그냥 생겨난 아이들이었다.

그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어머니 정도의 본능적 새끼 사랑만 있었을 뿐이다. 이에 비해 요즘 부모, 특히 엄마들은 일 년을 어린이날로 보낸다. 그래서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계몽적 행사보다는 먼 훗날을 위하여 어린이들에게 추억될만한 일거리를 제공하자는 가족 단위의 행사를 제안한다. 초등학교 4∼5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울산지방이라는 우연성과 특수성(고유성(固有性)은 아님)을 필자만의 주관적 체험에 따라 고려하여 어린이날을 어떻게 소박하게 보낼 것인가 정리해본다. 이에 앞서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살핀다.

우연성은 어쩌다 보니 필자가 울산에 한 20년을 살게 되었다는 것이고, 특수성은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태어나신 곳인데 외솔(외나무다리 같이 하나의 소나무가 아니라 외롭게 서 있는 소나무, 어찌 보면 한글을 위해 외롭게 고생하는 자신을 소나무로 비유한 것이고, 특히 우리민족이 아끼고 사랑하는 소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그 안에 들어있다.)의 뜻도 모르는 전국의 구직자들이 모여들어 살다보니 특수한 도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울산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禮儀)를 챙겨주는 여유가 없어져버렸다. 지나칠 정도로 예의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아주 불친절하다.

돌려 말하면 거칠다. 예의가 없고 불친절하니 ‘도랑 살리기(본사의 지역사회운동)’같은 자발적 봉사활동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고장에 정이 들어야 선뜻 무료봉사를 하는데, 몰인정하고, 예의 없는 사람들과 부대끼다보니 정을 쏟을 대상이 없어져 무료봉사까지 사라져버렸다.

울산 땅에 정을 들게 하려면 어려서부터 내 손이 땅과 나무에 닿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어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도 정들게 하는 방법이라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이 너무 자주 산과 밭을 뜯어고친다. 정이 들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이나마 남아있는 자연에 정들기 위해 어린이날 도랑 길을 찾아 탐방해보고 도랑치우기 봉사활동을 한 뒤,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는 것이다.

이런 일조차 번거롭다면 적당한 크기의 스티로폼을 구해서 아파트 창가에 놓아두고 어린이들과 함께 고추모종, 방울토마토, 오이 등을 심는 것이다. 잘 가꾸어서 여름에 열매를 따 먹으며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는 것이다.

조금 차분하게 보내기를 바란다면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고, 자녀도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 바라는 선물, 섭섭했던 일, 아쉬움 등등을 써서 진짜 소통하고, 앞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다짐을 하는 행사이다. 교통 혼잡에 시달리느니 소박하게 이렇게 잔정을 나누며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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