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14) - 88 올림픽 ‘시오울!’
《제99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14) - 88 올림픽 ‘시오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28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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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서양 사람들이 영어표기, ‘SEOUL’ 만을 보고 발음할 때 ‘세오울’ 또는 ‘시오울’이라고 한다. 우리말 서울을 발음 값을 영어로 표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런 발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마란치의 ‘시오울’ 발음이 우리 모두의 심장 박동을 빠르게 뛰게 하였다.

한국은 올림픽 유치에 있어서 경쟁국 일본보다 한 참 뒤처져 있었다. 이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체육계뿐만 아니라 외교, 경제(기업), 사회, 종교계 등 각종 채널을 있는 대로 다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체육계는 김운용 WTC총재, 전상진 전대사, 조상호 부회장 등 외국말을 잘 구사하고 과거 외교경험이 많은 분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 기업 분야에서는 현대, 삼성, 동아, 대우 등 중동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무역업이나 건설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기업가들, 세계 각국에서 외교사절로서 특별히 경험이 많은 분들, 국제적 선교활동을 해 오신 종교인들 등 모두에게 88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줄 것을 간청하였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에게는 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해 줄 것을 부탁드렸고, 대한 항공사에게는 미모가 출중한 스튜어디스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들의 친절한 태도가 민간 외교의 최첨단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모든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책임이 이연택 총리실 조정관에게 맡겨졌다. 나는 국내에 남아서 득표상황을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88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회의가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열리기로 결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왜 서울이 올림픽 개최지가 되어야 하는가의 프레젠테이션 주안점은, 아직까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후진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일이 없다는 데에 맞추기로 했다. 그리고 뇌물로 오해 받지 않을 정도의 조그마한 선물들을 정성들여 준비했다. IOC위원들과 한국의 유치위원들이 회의가 열리는 현지에 하나 둘 모여들었다. 득표를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매일 득표활동에서 거두는 성과를 대통령에게 보고 드렸다. 처음에는 경쟁하는 일본이 유리했으나 차츰 그 성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한 밤 중에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시오울’하는 소리가 들리고 현장에 가 있던 유치위원들이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보다 앞서 김집 부위원장이 일본 나고야 출신 ‘교오가와’ 일본 IOC위원을 만나 아세안 게임조차 거절당했던 분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당시 나고야시의 방송국들은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것을 대비해 인터뷰할 인사들을 지정하여 대기시켜 놓고 있었고, 백화점에서는 축하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었으며, 나고야 성을 마주보고 있는 한 호텔의 꼭대기 층의 음식점에서는 축하연을 벌이려고 했었다. 청와대에서 가장 감격스런 날이었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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