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의 본질적 방안(2)
대학 입시의 본질적 방안(2)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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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도에 서울에서 일어났던 ‘무즙’ 사건이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철저하게 교과서만 달달 외우도록 부추겼다. 물론 당시에도 교과서 위주로 ‘서울시 중학교 전기 입학시험 공동출제 위원회’가 주관하여 실시하였으나 엿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로 무즙도 맞는다고, 정답이 두 개가 나와 재판까지 받을 정도로 큰 문제가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교부와 서울시교육위원회에 인사문책을 했을 정도로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 뒤에, 조금 지나 중학교 무시험 추첨 배정(일명 뺑뺑이 돌리기)으로 비화되었다.

그동안 고등학교도 연합고사를 치루고 추첨식 배정, 소위 평준화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덩달아 대학입학시험도 교과서 위주로 출제한다고 하면서 교육과정(敎育課程)의 폭을 좁히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서 ‘무즙’ 사건과 비슷한 사례들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러나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으로 출제범위를 한정시켜 그 범위가 좁아졌다고 정답이 두 개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심심하면 정답 사건이 터졌다. 아울러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문제가 너무 어렵게 출제 되었다느니, 너무 쉽게 출제되어 변별(합격생과 불합격생을 결정하기)하기가 어렵다느니의 논란이 일어났다.

최근에는 교육방송을 동원하여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하지 않고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 공부하여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게 한다고 이상한 교육정책을 내놓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방송으로 공부하면 정답의 70%를 맞출 수 있게 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할 수 있나 없나를 가늠하게 해준다는, 대학교육의 본질을 벗어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니까 비싼 학원비 내고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노벨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돋보기가 입시학원을 운영한다면, 교육방송의 내용을 잘 요약하여 시험문제가 나올만한 것들만 뽑아 수강생에게 달달 외우도록 연습시켜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하겠다. 이 말은 학원 운영자들의 생존을 위한 철저한 준비와 이에 따른 전략을 국가가 따라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각 가정에서 게을러지려는 학생들을 모아 ‘입만 벌려! 우리가 먹여 줄 테니.’하며 고급 학원에서 부모를 대신하여, 자율성이 부족한 다 큰 학생들에게 요령 피우는 방법만을 체득 시키며 돈으로 쉽게 해결되는 일을 누가 마다 할지 짐작이 간다.

지금 여러 대학에서 취업을 위해, 면접시험에서 어떻게 하면 잘 보일 수 있나 특강을 하고 인터뷰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대답하는 요령을 훈련시킨다. 이것을 일종의 서비스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스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요령 피우기만을 가르치는 것과 같다. 결국은 국가에서 장차 요령 피우기만 잘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일하겠다는 것이다. 노벨 수상자(평화상은 제외)는 요령으로 나오지 않는다.

초창기 전교조의 철학(박부권, 유상덕)에서 철저하게 배제하던 교육풍토였다. 부자들이 돈으로 요령 좋은 사교육 전문가들을 불러다가 교과서만 철저하게 공부시켜, 그것도 단순 반복·훈련만으로 수학능력 시험에서 자기 본래의 능력 이상의 점수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일부는 효과를 보았다. 이런 체제에서 ‘개천에서 용 나올 가능성’은 없다.

대학의 자율성이 3천600개의 입시전형으로 변질되었다.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각 대학들이 문과지망의 수능시험 고득점자를 이과계통의 학과에서 받아들여 졸업시켜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지금은 바뀌었다).

일정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본래의 입학시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시험문제가 ‘교과서 안에서’가 아니라 ‘교육과정(敎育課程) 안에서’로 출제범위를 넓히고, 입시학원의 도움을 받아 자기 능력 이상의 성적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를 두었어도 저만 능력(실력) 있으면, 교과서 밖에서 조금 어렵게 출제되었어도 높은 성적을 받아 대학에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에서 교육방송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시험공부를 시키는 나라는 없다. 국자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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