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13) - 올림픽 유치 총력전
《제98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13) - 올림픽 유치 총력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2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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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이미 1988년도 대한민국에서의 올림픽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건 체육계건 누가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른 숨고르기도 필요했겠지만 세계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한결 달라질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 안에서는 이규호 문교부 장관과 노태우 보안사령관 정도의 소수 인사만이 올림픽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당시 누가 전두환 대통령에게 건의를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께서 체육계 인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번에 올림픽 유치가 실패하면 회장부터 사표 낼 각오를 하시오.’라고 상당히 강하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확히 그 때의 분위기를 말하면 올림픽을 유치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유치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체육시설과 올림픽 선수촌만을 건설하는 데도 막대한 재원이 있어야 하고, 일본의 1964년 도쿄 올림픽 때처럼 신칸센 급행열차를 개통할 정도가 되려면 또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의 IOC위원은 나고야 출신으로 일본의 IOC위원 3사람 중의 한 명이었고, 이미 집행위원 중 상당수는 일본의 IOC위원들한테 기울어져 있는, 속된 말로 구워삶긴 상태였다.

남덕우 국무총리 주재로 88 올림픽 유치를 위한 대책회의가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내가 청와대 비서실을 대신해서 그 모임에 나갔는데 모임의 분위기가 매우 어두웠다. 남덕우 총리를 비롯하여 박영수 서울 시장, 이광표 문화부 장관, 이연택 총리실 조정관, 김택수 IOC위원, 김집 체육회 부회장, 이상주 대통령 교육문화 수석 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올림픽 유치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관적이었다. 이 대책회의에 앞서 청와대의 아침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확인한 바이지만 올림픽 유치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은 나까지 포함해서 한 사람도 없었다.

회의에서 김택수 IOC 위원은, ‘유치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가 막상 투표 결과가 83명의 IOC 위원 중 단 한 표, 자신의 찬성표 밖에 나오지 않으면 국민들의 실망을 어떻게 감당, 달랠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여기에 김집 부회장은 일본 IOC 위원을 만나고 온 이야기에 아시안 게임 유치조차 희망이 희박함을 이야기 하였다.

그 해 아시안 게임은 우리나라, 북한, 쿠웨이트 등 세 나라가 신청해놓고 있었는데 중국 등 큰 나라가 몇 군데 있어서 현시점에서 한국을 밀어주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하더라는 것이었다. 이때 김집 부회장은 우리가 서울 88올림픽 유치를 포기할 터이니 일본이 서울 아시안 게임을 밀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런 어두운 전망을 하고 있으면서 올림픽 유치를 위한 정부예산을 늘린다는 것은 대단히 큰 모험을 각오해야 했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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