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分數)를 알아야 한다
분수(分數)를 알아야 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1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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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발생한 KAIST의 자살 사건을 놓고 식자(識者)들의 주장이 주요언론에 자주 나왔다. 돋보기가 이 모습을 들여다보며 성급하게 맺은 결론은 ‘자기 분수를 모른다’이다. 여기서 분수가 부정적인 의미들과 연결되어 쓰여 온 일상생활의 경험 때문에 ‘분수를 알아라’고 말하면 조금은 건방진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한자 ‘分數’에는 대수(代數)에서 말하는 분수가 있고, 사물을 나누어 분별하는 지혜도 있고, 오늘 말하려는 ‘자기 신분, 능력에 맞는 정도를 유지하는 것’도 있다. 더 크게는 사람이라면 가장 일반적인 수준에서 지켜야 할 도리까지도 분수를 지키라며 이 말을 사용한다.

카이스트 사태와 같은 슬픈 문제가 개인이나 사회에서 발생했을 때, 아주 답답한 것은 양시론(兩是論), 양비론(兩非論)으로 자기의 철학을 숨겨버리거나, 입장을 피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논하면서 학생도 문제가 있고, 학교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양비론이 있고,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도 옳고, 아무개 교수의 서남표 식 개혁에 반대하는 주장도 옳다는 식이다. 이런 말을 듣거나 읽는 사람은 결국은 ‘그래서?’로 이맛살을 찌푸리게 된다.

돋보기의 초점은 분수, 신분에 맞게 자기의 의견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조 국(과거 울산대에 잠시 있었음) 교수는 낱말게임식 빈정거림으로 분수를 모르는 행동을 저질렀다. 서남표 총장이 카이스트(KAIST;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를 Killers Advanced Institute of Stupid Technology(KAIST; 바보 같은 공학을 연구하는 살인자들의 고급 연구기관. 이런 영어표기가 있는지 자신 없다)로 만들고 있다고 놀렸다. 정말 서남표 총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만한 일이다.

서남표 총장에 관해 울산의 독자들이 잘 모르고 있을 것 같아서 간략히 소개한다. 첫째는 경북 경주 출신이고 부친을 따라 미국에 일찍 건너가 기계공학 공부를 하였다. 둘째는 아주 뛰어난 학자였다. 미국 MIT 기계공학과 교수, 석좌교수(미국의 석좌교수는 우리의 일부대학이 시행하는 석좌교수와는 그 업적과 실력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의 기계공학 관련 여러 상, 2008년에는 미국 기계공학계통에서 가장 영예로운 ASME 매달을 받았다. 셋째는 70이 넘어 진심으로 애국하려는 일념으로 한국에 와서 카이스트를 세계대학평가에서 198위에 있던 것을 69위로 끌어올렸고, 1300억원의 연구를 위한 기부금을 모았고, 연구 안 하는 교수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정년 보장 연구논문 편수를 대폭 강화하였다. 끝으로 이런 개혁 바람이 우리나라 여러 대학에 영향을 주어 아카데미 분위기 쇄신에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서울대학이 이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런 서총장의 개혁깃발에 먹물을 뿌리는 영어 낱말게임을 하는 조 국교수를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하고(동아일보), 강남좌파, 진보학자라고 박효종(서울대 윤리교육) 교수가 칭찬하니까 분수를 잊었던 것 같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지성인으로서 그 분수를 따지면 첫째가 논리력이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살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여 이에 따른 인과적(因果的)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서울대학 교수로서의 분수를 지키는 논리적 행위이다. 빈정거리는 행동은 삼가 해야 한다. 둘째는 여러 사람들이 막연하게 ‘지나친 경쟁’을 문제 삼을 때, 법학 그것도 실정법의 으뜸인 헌법을 전공한 교수의 분수로서 ‘경쟁은 경쟁일 뿐이다’에 초점을 맞추었어야했다. 지나친 경쟁이 있으면 부족한 경쟁도 있는지 되물어서 카이스트 내의 학생들 간의 경쟁이 어떤 의의가 있는지 정리해주어야 했다. 사실 크게 보면 세상 살아가면서 경쟁 아닌 상황이 얼마나 있으며, 우리의 삶에 관한 선문답(禪問答)에서도 스스로의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경쟁이 있어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낙오자도 있고, 또 결과적으로 그런 낙오자가 있어서 힘들고 대접 받지 못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지 깊이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했어야했다. 피할 수 없는 경쟁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라는 카이스트 발전과제를 분수에 맞게 발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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