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다람쥐 안 잡혔냐 묻던 사람인데…”
“불다람쥐 안 잡혔냐 묻던 사람인데…”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1.03.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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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산 방화범 현장검증에 산불감시원도 놀라
‘담뱃불로 안되자 라이터로 직접 붙였다’ 자백
▲ 28일 오후 동구 봉대산에서 산불 방화범 용의자가 라이타 등을 사용한 방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울산 봉대산 연쇄 방화사건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동부경찰서는 28일 봉대산 일대에 90여 차례 산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구속된 대기업 직원 A(52)씨를 대동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A씨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짙은 회색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운동복 차림으로 슬리퍼를 신은 채 경찰서를 나섰다.

경찰 차량으로 이동한 A씨는 봉대산 한 농원 입구에서 내려 비교적 담담하게 담배와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놓는 장면을 재연했다.

현장 검증 결과, A씨의 첫 방화는 1994년 12월 3일 오전 4시께로, 임야 0.1㏊가 소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담뱃불을 숲에 던졌지만 바람이 불어도 불이 붙지 않아 다시 라이터로 불을 피웠다”고 말했다. 방화 이유에 대해서는 “말 못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봉대산 기슭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A씨는 자신이 직접 고안한 장치로 불을 내는 상황 등을 재구성했다. 이 일대는 A씨가 사는 아파트 바로 뒤편으로 도로와 불과 5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검증 상황을 지켜보던 한 산불감시원은 평소 알던 사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산불감시원은 “‘아직 봉대산 불다람쥐가 안 잡혔느냐’며 되묻기도 했던 사람인데…, 정말 난감하고 희롱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A씨는 현장검증 막바지에 “자신을 모방한 다른 방화범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이번 주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는 1994년부터 최근까지 울산 동구 봉대산과 마골산, 염포산 일대에 90여차례 산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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