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읍 당월리는 당나라로 가는 항구인가?
온산읍 당월리는 당나라로 가는 항구인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3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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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월의 한자식 지명은 당나라 당(唐), 달 월(月)로 표기한다. 어찌하여 당나라 당자가 이곳 해안의 지명에 들어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한지가 오래전이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그 기억이 되살아 나길래 1918년 당시 제작된 지도를 확대하고 울산지명사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당월 동네에 남아있는 당넘에, 땅넘, 당목이란 순수 우리말 지명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했다.

당월에서 달 월(月) 대신에 넘을 월(越)로 표기한다면, 이곳은 당나라로 가는 항구였을 것이다라는 가정을 세워 보았다.

당월이 조선 정조(1776~1800) 때 당포리(唐浦里)라 불렀다면 그 이전에도 당포리였을 것이며, 신라에서 당나라와 왕래했던 나루로서 당월포구였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신라에서 당나라로 가는 지름길이 서해안의 당진포구(현재 당진항)로 보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신라 땅에 당월포구가 있는 그 이유 중에는 당시 당진은 백제나라의 포구였기 때문이 아닐까?

그때는 신라와 백제가 다른 나라였다. 해서 신라사람들은 국가의 기밀을 비롯하여 왕래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당진포구를 가지 않고 자기 나라의 당월포구를 이용했을 것이다. 당월은 장생포 보다 남쪽으로 조금 아래에 위치한 포구이다.

예를 들면 삼국유사의해 제5 ‘의상전교’ 조에 소개되는 내용 중에, 원효와 의상 두 대사가 당나라로 가기 위한 두 번째 여행길에 당진항으로 가는 노상에서 일어난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 이야기가 전해오는 지역이 고려시대의 무역항인 남양만의 당성(唐城)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인천국제공항이 들어 선 곳이 영종도이고 이 섬의 옛 이름이 자연도(紫燕島)이며 제비섬이라 했다. 온산읍 당월 앞에 떠있는 섬 역시 제비섬이라 부르는 연자도(燕子島)가 아닌가? 이러한 ‘비교 지역사’는 참으로 재미난 연결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편 ‘고기로 본 한국고대사’에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신당서지리지(新唐書地理志) 제33 하에서, ‘압록강(鴨綠江)에서 중국 등주(登州 현재 山東省 蓬萊)를 거쳐 요동반도 남쪽 연안을 배를 이용하여 신라 당은포구에 도착하고 이어서 동남 방향을 육로로 700리를 가면 신라왕성이다.(唐恩浦口 乃東南陸行 七百里至新羅王城)’ 라고 기록했다. 여기서 당은포구는 당진이라고 한다.

위 내용처럼 신라에선 육로를 이용하여 당진 포구로 가지 않고, 바로 신라국 포구를 출발하여 서해바다를 가로질러 중국 땅 당나라로 가려면, 온산읍 당월포구에서 출발했으리라는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당월의 지명을 기록하는 측면에서 획수가 많은 넘을 월(越) 대신에 발음이 같은 ‘달 월(月)’을 빌려와서 ‘唐越’이 ‘唐月’로 바뀐 것이라고 유추해보니 마침내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는 온산읍 당월리 연자도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공장부지 조성을 위한 구제발굴에서 고려시대의 생활유적지가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울발연 문화재센터는 “출토된 청자와 건물지 등을 볼 때 일반적인 생활유적지가 아닌 고려시대 울산 호족의 해상활동과 관련된 유적으로 추정되며, 12∼13세기에 이용됐다가 불에 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가 육지에서 떨어진 섬 안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특정 목적으로 세워진 관청 시설로 본다.”고 했다. ‘당월’지명과 연결 지어 볼 유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당월리 연자도 공유수면 매립지 일원에 환경공원과 환경관을 지어 간절곶과 연계하여 울산을 대표하는 환경테마 교육ㆍ관광 코스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왕에 욕심을 내면 당월과 관련된 지명 연구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복원도 이 계획에 포함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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