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공군장교가 되어(3)
《제61화》 공군장교가 되어(3)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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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 시험에서 논술문 쓰기가 ‘종합능력’의 검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일정 시간, 약 2시간 정도가 최대 시간으로 할애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물론 수험생 모두가 주어진 시간에 논술문을 쓴다는 동일 조건이이어서 교육측정이론상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변호할 수 있지만, 시험관(채점관)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있는 논술문을 짧은 시간에 써내려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게티즈버그에서 연설한 것은 내용은 짧지만 그 내용이 민주주의의 철학을 담고 있어 지금도 자주 인용된다.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이 짧은 연설문을 쓰기 위해 링컨은 오랫동안, 아마도 수개월 동안을 그의 상징이기도 한 높은 모자(굴뚝모자) 속에 메모한 것을 계속 넣고 다녔던 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다. 그는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면 이 모자 속에 넣어둔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메모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그 연설문도 상당 기간 이 모자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했을 것이다. 수정·보완 하였을 것이다. 얼마 전에 열반하신 법정스님도 메모지를 꼭 갖고 다니면서 깨알 같은 글씨로 수차례 수정한 것을 글로 옮겨 썼다고 한다. 대학입학 시험의 논술문 작성에는 이런 수정·보완의 과정이 생략된다. 집에서 예상문제를 작성하고, 때로는 도움을 받아 연습한 것을 시험장에서 써내는 것이어서 진점수(眞點數)에 가까운 종합능력을 측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나 자신이 공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스피치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면서 Wilson 대통령의 일화를 알게 되고 지금까지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윌슨 대통령에게 연설을 부탁하니까 언제 할 것인가와 연설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되물었다. 부탁한 사람의 대답이 일주일 후에 한 10분짜리 연설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윌슨 대통령의 대답이, “나, 그 연설 할 수 없네”였다. 연설을 부탁한 사람이 어리둥절해 하니까, “5분짜리 연설은 두 달 전에, 10분짜리는 한 달 전에, 30분짜리는 일주일 전에 부탁해야 하고, 1시간짜리는 2,3일 전에 부탁해도 되네. 짧은 연설 일수록 준비 시간은 더 많이 필요하네”

우리나라 공군사관학교가 4년제 이학사 자격을 부여하며 우리의 손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54년이었다. 내가 임관하고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간 것이 1961년이었으니 이제 5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미국에서는 이미 2차 대전을 겪으며 공군 파일럿을 양성하기 위한 과학적인 수업계획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아직도 미국의 제도조차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공군 사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평가관실’을 신설하였다. 평가가 체계적으로 되어야 평가 기준에 맞추어 훈련과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사관생도들의 학습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문항출제 방식(문제은행의 시작)의 개발과 평가결과를 누적하여 다음 생도들을 위한 교육계획 수립에 기초가 될 자료를 마련해두는 것이었다. 즉 교육평가 원칙에 맞게 체제를 갖추는 것이었다. 5분 연설을 위한 2개월의 준비처럼 철저하게 준비하여 사관학교 간부들에게 브리핑하고 허락을 받았다. 곧 미국의 평가제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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