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일자리 없자 창업 시도
고학력 일자리 없자 창업 시도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1.01.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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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금융·문예·지식 서비스 분야 부족
올 청년예비창업자 70%가 갈곳 없는 여성
대학에서 경상계열을 전공한 서상옥(30)씨는 제조업이 주를 이루는 울산의 산업구조 속에서 직업선택의 폭이 좁았다. 취업대란 속에서 자기실현은 물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씨는 고민 끝에 재생지를 활용해 인쇄하는 ‘에코프린트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사업으로 창업을 시도했다.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마경희(38)씨는 최근 2명의 여동생과 함께 짚풀 공예품을 만드는 사업을 창업했다. 2명의 자녀를 낳고 다시 교육계에 복귀하려 했으나 경력 단절의 이유로 재취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교사 시절 친환경 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마씨는 결국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공예품을 만드는 사업에 투신했다.

16일 울산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산하 울산청년창업센터에 따르면 1기 예비창업자 121명 중 70%에 이르는 85명이 여성들이다. 이들이 준비하는 업종은 주로 학원이나 교육관련 아이템이 47명, 온라인 쇼핑몰 8명, 디자인이나 공예 15명, 소규모 점포 및 요식업이 7명, 소셜마케팅 분야 4명 등이다.

이처럼 여성들의 창업활동이 두드러지게 된 데에는 고학력 여성인력들이 취업을 원하지만 울산에 이들을 채용할 전문직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인적자원개발지원센터 박경희 전문위원은 “울산에는 남편의 직장을 따라 타지에서 이주해 온 고학력 여성들이 많으며 이들도 자신의 직업을 찾고 싶어 한다”며 “그러나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직종이 많지 않아 취업을 포기하고 아예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고학력 여성들이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직종은 주로 사회서비스 분야다. 대표적으로 교육, 금융, 디자인 등의 생산자서비스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의 컨설팅 업무 등이다. 그러나 울산의 사회서비스는 간병, 가사도우미, 아동돌봄서비스 등 전문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 직종이 주류를 이룬다.

박 전문위원은 “이러한 고학력 여성의 취업난을 해소하려면 여성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한 문화예술과 지식서비스 분야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여성들도 남성 전유물로 여겨온 분야를 전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나 중공업 등 대기업의 경우 여성이 졸업 후 취업했다가 결혼 후에도 경력 단절 없이 중견사원으로 진급해 급여, 직위 등 인사 편견을 극복한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이것은 여성들도 남성과 대등한 전문성을 갖출 경우 큰 문제없이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 전문위원은 “울산의 여성 취업 현실은 유럽의 80년대 수준에 불과해 여성의 경제참가율을 높이지 않을 경우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 대한 대비는 물론 고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산업구조 변화를 통한 여성경제활동을 높이기 위해 산업수도인 울산이 앞장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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