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집념의 시작(5)
《제54화》 집념의 시작(5)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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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진학에 필수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을 중심으로 학교수업이 진행되지만 사범학교에서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와 같이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한 전문 직업적 요소가 같은 비율로 학교수업에 들어간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문계 과목들이 관심을 적게 받는 것이다.

장차 초등학교에서의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제대로 시키기 위해서는 선생님부터, 쉽게 말하여, 지(知), 덕(德), 체(體)를 두루 갖추어야 해서, 폭 넓고 자유로운 교양과 함께 풍금을 잘 치고, 무용을 잘 해야 하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이런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나의 hustle 춤 실력이 중앙(‘큰 사람 작은 이야기’에 구학봉 선생이 비밀을 누설하였음)에서부터 울산까지 알려진 것도 사범학교에서의 무용공부 덕택이다. 어쩔 수 없이 노래연습장에 끌려가서 박자 하나 틀리지 않고 노래를 완창 할 수 있는 것도 윤이상 선생님의 수준 높은 지도와 더불어 선배들과 함께 밴드부에서 호른(Horn은 독일어이고, 금관 악기의 하나이다. 악기의 끝 부분은 나팔꽃과 비슷하고 긴 관이 둥글게 말려 있어, 부드럽고 풍부한 음색이 특징이다)을 불었던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나누기로 하고, 미술에 관한 것으로서는 집 사람이 미술 대학을 나온 배경으로 대신 한다. 그만큼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희태 선생님은 나의 가정 경제사정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입시공부에 못 미치는 사범학교의 수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시어 지금의 연세대학교에 농구 특기생으로 진학하는 것이 어떠할까 생각하셨다. 나는 법정대학에 진학하여 올 곧은 사람이 되어 사회에 봉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원서를 작성하여 연세대학교에 ‘나를 스카우트하시오’의 의사 타진을 하였다. 당시 전국고등학교 농구 선수 중에 186cm의 날렵한 센터는 없었다. 아울러 집안 형편을 생각하건데, 당연히 학교로부터 등록금 면제와 더불어 4년 동안의 장학금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답장은 뜻밖이었다. 사범학교는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공부하였기 때문에 졸업 후 일정기간(3년)을 초등학교에 나가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사범대학에는 진학할 수 있는데 연세대학교에는 사범대학이 없으니 그쪽으로 알아보라는 안내였다.

한희태 선생님과 다시 의논한 것이 기왕이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이 어떻겠느냐와 나의 학교 성적으로 보면 충분히 서울대학교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격려를 해주셨다. 당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등록금이 아주 적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로부터 일정액의 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나는 결정하였다. 항상 그랬듯이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자심감과 선생님의 격려로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용솟음 쳤다. 벌써 12월이 되었고, 시험 공부할 기간도 두 달 남짓하였다. 서둘러 우리 동네에서 부산고등학교와 경남고등학교에 다니는 같은 학년의 친구들을 물색하였다.

그 학교에서 대학입시공부를 지도하기 위하여 마련한 프린트 물을 빌려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빨리 보충하고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경향을 알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밤 새워 공부하였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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