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받은 전업주부는 낭비’
‘학위받은 전업주부는 낭비’
  • 양희은 기자
  • 승인 2011.01.0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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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구별없이 맡은 일 척척 직장에서 강군으로 통해
울산대 1호 물리학 여성박사 울산TP 강선희 연구원
▲ 울산테크노파크 정밀화학센터 정밀화학사업단 사업개발실 강선희 주임연구원.
“직장생활에서 남녀는 중요치 않죠. 회사에서 잘하면 인정받고, 그것은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있죠.”

울산테크노파크 정밀화학센터 정밀화학사업단 사업개발실 주임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강선희(33)씨는 울산대학교 물리학과 1호 여성박사다. 여학생이 많지 않은 학부의 특성상 남자 학우들 사이에서 여성이기 보다는 남성으로 대우받았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외모와 다르게 ‘강군’이다.

학부시절부터 이어온 강군의 역량은 지금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무거운 물건도 번쩍 들어 옮기고 씩씩하게 모든 일을 처리해 내는 걸 보면 직장 동료들도 다시금 강 연구원이 아닌 강군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강씨는 정밀화학사업단에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과의 공동과제를 통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강사초빙을 통한 단순교육, 기업 현장방문 교육과 예산지원, 장비교체 등 직·간접 지원을 담당한다.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10여년의 학교생활 이후 정밀화학센터는 그의 첫 직장이 됐다.

“학위를 받는 중에 주변에서 결혼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결혼 때를 놓칠까봐 주변 걱정이 많았지만 저는 결혼과 아이가 공부와 취업, 성공에 장애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 먼저였죠.”

학부와 석사과정을 졸업한 주변 여자 친구들은 더 빨리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도 빨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막혀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육아와 집안일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강씨는 2009년 2월 졸업 후에야 직장을 고민했고, 특별한 어려움 없이 센터에 들어왔다. 테크노파크의 직원들은 공무원과 비슷한 급여수준에다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

“센터에 여성분들도 많고, 남녀 모두 하는 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남녀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고 일하고 있어요. 일반 기업들에 비해서 일하기 좋은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요.”

입사 후 1년이 지난 작년에 결혼했고 아직 자녀는 없다. 결혼 후에 직장생활에도 크게 변화를 느끼지 않았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부부가 서로 배려해 주면서 결혼생활도 미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래 공부한 만큼 직장 생활도 평생 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죠. 물론 직장생활에 자녀의 출산과 양육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는 자녀양육 부분은 부모님께 의지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친청 부모님이 울산에 안 계셨더라면 조금 더 걱정을 했겠지만요.”

올해 자녀를 가질 계획이라는 그는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부분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강씨의 경우 직장의 특성과 가족관계의 장점으로 이 부분은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과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따오고 성공하게 되면 그 만족감은 말할 수 없죠. 직장생활 2년이 조금 넘은 지금 매번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진행하면서 슬럼프 같은 건 없어요. 보람되고 즐거운 일들이에요. 조금 더 발전하고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저도 계속 노력해야죠.”

/ 양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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