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집념의 시작(4)
《제53화》 집념의 시작(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1.0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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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학교 3년 동안의 여러 취미활동 서클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농구이었다. 농구부 활동에서, 키가 커서도 그랬지만 팀에서 나의 위치가 중요해서 그랬던 것 같다. 나 스스로에 대한 가치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냥 공부를 잘 하여 둘레의 급우들로부터 인정받는 것 못지않게 내가 있어야 한다는 팀 활동 자체에서 일종의 보람을 찾았던 것 같다. 이것은 훗날 여러 가지 조직에서의 성취감, 집념을 강하게 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쳤음에는 틀림없다. 특히, 농구부에서의 나 혼자만의 운동이 아니고 남과 더불어 게임하는 ‘조화의 이해와 실천으로서의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3학년이 되어 교육실습, 요즈음은 교생실습이라고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집념의 시작과 이에 따른 운명적인 결과를 맺게 되었다.

사범학교 3학년이 되면 교육의 핵심인 ‘학교 교실수업’이라는 가슴 떨리는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하여 사범학교 부속초등학교 또는 인근의 다른 초등학교에 나가서 교안(敎案)을 실제로 써서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쫓아 평균 15시간의 단원 수업 전체 계획안과 이를 차시별(次時別)로 세분하여 한 시간 수업 안을 자세히 짜야 한다. 그리고 그대로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연극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연극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학생들(연극의 관객에 해당)과 멋있게 교육학적으로 바람직한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점이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질문하여 그 결과를 놓고 다음 학습 활동을 이끌어가야 할 때,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지는, 즉 학생들로부터 엉뚱한 답이 나오거나 아예 질문이 잘 못 되어 전혀 답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고 임기응변할 것까지 교안에 써놓아야 하는 것이다. 19세 교생(敎生)으로서는 여간 힘 든 일이 아니었다. 이 교안을 얼마나 잘 썼느냐가 교육실습의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모두가 경쟁적으로 여기에 매달렸다. 이것을 잘 해야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부산에 발령을 받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거의 필사적이었다. 나에게는 그때가 추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슬픔에 짓눌려 먼 하늘을 보게 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희덕(裵熙德)이 나의 경쟁자이었다. 그도 나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어서 누가 교안을 더 많이 잘 쓰느냐가 교육실습 기간 동안 계속 따라다녔다. 바로 이때 이렇게 심하게 경쟁해야 하는 교직에 대한 회의와 나 자신이 초등학교 교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교생 대표로 음악과(합창지도) 시범 수업을 하였지만 나는 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새로운 집념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한희태 담임선생님과 의논하고 지도를 받아 바로 시험공부에 들어갔다. 12월에 시작하여 3월 중순 경에 시험을 보았다. 여기에 운명적인 일이 생겼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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