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울산대 30년사에서 나오지 못한 이야기
《제47화》 울산대 30년사에서 나오지 못한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2.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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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서로서 정사(正史)에는 삼국사기(三國史記, 김부식)가 있고, 같은 시대의 야사(野史) 또는 문화사(文化史)로는 삼국유사(三國遺事, 일연)가 있듯이 여기 나의 울산대학교 시절의 정사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은 딱딱한 일반 ‘총장학’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한 기관에 봉직하면서 겪은 일이 항상 공무와 관련된 일만 있을 수 없다.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대학 문화사, 야사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일이 있어 여기에 고백한다.

첫째는 내가 울산대학교에 부임하고 두 해가 되었을 때이다. 아직도 학생들은 민주화 파도를 타고 걸핏하면 총장실을 넘나들 때였다. 운동권 학생들은 총장실을 점검하고 있고, 총장 이하 보직 교수들이 낮에는 학교 도서관의 한 방을 임시 총장실로 사용하여 집무를 보고, 밤에는 농성하는 학생들한테서 무슨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대학구내에 있는 총장 공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잡담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불안해 하지 말고 이럴 때 일수록 여유를 보여야 한다며 P 교수가 고도리를 치자고 제안하였다. 모두들 총장의 눈치를 살피는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투판을 준비하였다. 사실, 시간을 죽이는 데에는 화투치기만큼 편한 것은 없다. 어느 판에서인가 학생들의 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학생처장이 내 옆에 앉아서 화투 목을 두 손으로 나에게 내밀며 한다는 말이 일본말 “기리하세요.”를 뜬금없이, “총장님, 결재하세요.”하였다. “어?” 내가 의아해 할 사이도 없이 모두들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학생처장이야말로 학생들의 이런 소요에 관하여 말 못할 책임을 느끼며 자다가도 깨어날 만큼 항상 긴장하고 있는 입장에서 깜박 말이 헛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부터 그 학생처장을 볼 때마다 “결재하세요”가 떠올라 한동안 웃음을 속으로 삼켰다. 이러면서 우리는 대과 없이 민주화 열풍을 견디어냈다.

둘째는 울산대학교 개교 이래 전무후무한 결혼식을 대학 체육관에서 거행한 일이었다. 전산과의 배재학 총각교수가 수 년 간의 열애 끝에 당시 MBC의 유영미 아나운서와 결혼식을 올린 일이다. 나에게 주례를 부탁하여 경사스런 일이고, 어찌 보면 총장인 나를 놓아두고 다른 사람을 주례로 모셨다면 섭섭할 뻔 한 일이기도 해서 흔쾌히 수락하였다. 주례인 내가 체육관 단상에 서고, 하객들은 임시로 마련된 체육관의 의자에 모두 앉아 있었다. 사회를 맡은 P 교수가 아래의 마루에서 진행을 하는데 뜻밖의 실수를 저질렀다. 일반 시중의 결혼식장에서는 식순이 사회자에게 주어지고 식순대로 사회가 진행을 볼 텐데 식순 없이 진행을 하다 보니, 하객들 가운데에 서서 신랑 입장만을 기다리고 있는 배재학 교수를 빼고, 같이 서서 부축을 받고 있는 신부를 먼저 불렀다. 즉 ‘신부 입장’해 버린 것이다. 하객들이 킥킥 거렸다. 이 소리에 신랑과 신부는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단지 사회자만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어서 내가 작은 소리로 P 교수에게 “신랑을 먼저 입장 시켜야지”하니까, 그때야 아차하며 넉살 좋게 “신랑이 노총각이라서 벌을 주려고 그랬습니다. 예, 신부 입장을 하겠습니다. 뜨거운 박수를 부탁합니다.” 로 넘어갔다. P 교수는 당시 울산 KBS 생방송 사회자로 여러 다른 행사에서도 사회를 잘 보았었는데 이렇게 실수할 때도 있었다. 이 모두 울산대학교에 복이 내리기는 바라는 마음에서 발생하는 일로 기록을 남기고 넘어간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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