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는 이와 비슷한 무총일(無總日)이라는 용어가 없으나 대학의 발전 전략의 하나로 무두일을 총장이 원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은 대학개혁을 위한 변화 촉진자로서 총장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테크닉이기 되기 때문이다.
총장 스스로 대학을 혁신할 방안을 창안하고 옹호하며, 전파하는 변화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일 년에 1∼2회 해외여행을 하며 외국 대학을 방문하거나, 수시로 국내 타 대학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 대학의 모습을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며 혁신할 방향을 창안하거나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총장은 일상적 행정업무는 가능한 한 각 부서에 위임하고 대학개혁을 위한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바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대학의 무두일로 나타나는 것이다. 총장이 총장실에서 결재서류의 계수점검하기에 시간을 배정하는 것보다는 무두일로 혁신적 아이디어 창출과 이의 추진방안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장은 ‘현상유지를 위한 관리’보다는 ‘혁신을 위한 관리’에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대학이 미래 사회를 위하여 봉사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하나의 조직이 사회에 존재하며 일차적으로 그 조직의 이익을 챙기는 가운데에서도 조직이 속해 있는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의의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하물며 대학이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생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때로는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총장이 전략적으로 대학개혁을 위해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대학이 사회에 대해서는 개혁을 외치지만, 대학 자체는 체질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는 점이다. 그런 배경에는 대학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변화에 서로 충돌하는 요소가 많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자체가 ‘되는 방향’보다는 ‘안 되는 방향’으로 치우치는 관료적 병폐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들의 이기적 분파주의와 소속 학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나타날 때, 이를 조정할 능력이 총장의 리더십 한계를 벗어날 때는 심한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공 분야의 전문가 교수가 대학개혁을 위한 변화에는 각자 회사를 차린 연구실 사장(社長)이 되어 버티고 있어서다. / 정리=박해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