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적 수단으로서 체벌
교육적 수단으로서 체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1.09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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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일, 서울시 교육청은 서울시내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교칙을 제정하였다고 밝혔다. 나아가 교사가 교칙에 위반하는 체벌을 할 경우, 경고 등 징계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제 체벌금지가 전면 실시된다고 언론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그간 체벌은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에 의하여 일정정도 정당화되었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는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학생들에 대한 체벌은 학칙에 따른 지도방법의 하나로서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해석하였다.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에 관해서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체벌도 지도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대체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이 교사의 체벌을 금지하는 학칙을 제정함으로써 체벌을 학생에 대한 지도방법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체벌을 금지하는 학칙을 제정하고 난 후 교육현장은 시끄럽다고 한다. 어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체벌금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65%라고 하고, 체벌을 대체하는 교육적 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제이며, 체벌과 교사의 폭행·폭력을 구분해야 함에도 체벌을 하는 교사를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로 매도하는 것은 유감스럽다는 주장도 있다.

체벌금지를 학칙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었던 종전과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현재 사이에 과연 차이가 있는 것인가· 체벌금지를 정치적 이슈로 받아들이지 말고,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체벌금지가 학칙에 명시되지 않았던 종전에도 체벌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학생에 대한 지도방법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체벌의 법적 근거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란 어떠한 경우일까· 종래 대법원은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교정이 불가능하여 부득이한 경우’로서 ‘그 체벌의 방법과 정도가 객관적 타당성’을 갖춘 경우라고 판단하였다.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을 불러내서 대걸레 자루로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 규정보다 짧은 치마를 입고, 과도한 머리염색과 짙은 화장을 했다고 종아리를 때리는 행위 등은 체벌금지가 학칙으로 제정되지 않았었던 종전에도 역시 허용되지 않는 불법행위였다.

자녀에게 체벌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체벌을 하다보면 체벌을 하는 사람의 감정이 격앙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격앙된 감정으로 학생을 지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음과 같은 가상의 예를 보자. 어느 중학교 학급의 문제 학생들 10여명이 몰래 학교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거나 떡볶이 등 군것질을 하고 들어오다 교사에게 적발되었다. 교사는 이들의 이와 같은 행동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 다른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무단으로 외출한 학생들을 벌주기로 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엎드려뻗쳐 등을 하게 한 후, 대걸레 자루로 엉덩이를 5대씩 때렸다. 그런데 그 중 이른바 ‘짱’이라는 학생이 피식 웃었다. 이를 본 교사는 화가 나서 그 학생에게 폭언을 가함과 동시에 발로 다리를 걷어차고, 대걸레 자루로 등과 머리 등을 내리쳤다.

교육현장에서 없어져야 할 체벌이라는 것이 바로 위와 같은 예에서의 체벌이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학교 밖으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그 중학교의 규율에 대해서 학생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그 규율을 어겼다고 몽둥이로 때린다면 그 학생들은 자율성에 기초로 한 자기계발 대신에 굴욕감과 굴복을 먼저 배우게 될 것이다.

교사의 체벌은 교육적 수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지 말아야 한다.

/ 이태섭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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