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과거를 묻지 마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7.12.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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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투표할 대통령 후보들의 과거를 어디까지 물어야 할까? 울산에서 투표에 소요되는 시간 10초 중에 3분의 1은 과거에, 또 3분의 1은 현재에, 나머지 3분의 1은 미래를 위해 결정하라는 것이다.
1950년대에서 60년대 초에 히트곡이었던 나애심의 유행가 제목으로 노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슬픈 사랑의 이야기가 노래 뒤에 숨어있다. 오늘은 때가 때인지라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투표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대통령 선거에서 ‘과거를 그렇게 많이 묻지 마십시오.’ 이다. 오늘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해야 할 텐데 투표하는데 소비되는 시간, 5초 동안, 울산에서는 약 10초 동안을 과거를 따지는 데에 삼분의 일만 쓰시고, 현재를 따지는 데에 삼분의 일을 쓰시고, 나머지 삼분의 일을 미래에 쓰시라는 호소이다. 유권자의 눈길을 잡으려고 ‘과거를 묻지 마세요.’ 한 것이다.

서양은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만나 사랑을 약속하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이 여자에게 첫 번째 남자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한편 이 때의 그 여자는 ‘내가 이 남자에게 마지막 여자이기를 바란다.’고 한다. 옛날 고려 적 이야기이다. 지금은 서로 과거를 묻지 말자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앞의 이야기는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제 대통령의 신분으로 가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서양 여자(좋게 말해 서양 여자, 나쁘게 말해 양 색시)와 결혼했다. 우리는 배달의 민족인데 ‘과거를 묻지 마세요.’ 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가 상원의원이 되고 내친 김에 대통령 경선에 나서서 지금 잘 달리고 있다. 그 남편 클린턴이 대통령 재직 시절 백악관 도서실에서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를 수차례 가졌다고 한다. 지금 미국의 대다수 유권자는 힐러리한테 ‘네 남편이 어땠는데?’하면서 남편의 과거를 묻지 않고 문제 삼지도 않는다.

오늘 투표할 대통령 입후보자들의 과거를 어디까지(10년 전, 10개월 전, 1개월 전?) 어떤 내용(여기서 예를 들기에는 곤란한 문제)들로, 얼마만큼의 무게를 안배하면서(이것에는 10점, 저것에는 20점 등등) 총점을 내어 의사를 결정할 것인가 지극히 어렵다.

입후보자들마다 참모진이 있고 그들이 아이디어, 천박하게는 잔꾀, 거룩하게는 정책을 개발하여 유권자들에게 ‘확’ 다가가려고 한다. 조금도 나쁠 것이 없다. 다만 여기에 숨어서 훈수 두는 큰 손이 커다란 문제이다. 이것을 대학의 신임교수 뽑는 모습으로 비추어보자. 첫째는 재수 삼수했다가 겨우 교수가 되고 몇 년을 근무한 뒤 정년퇴임한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몰래 숨어서 이래라 저래라 자신과 가까운 교수에게 훈수를 두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즉 그 사람이 교수로 뽑혀야 정년퇴임을 했어도 뒤에서 학과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하고, 그렇게 하기에 보탬이 될 사람을 뽑는 것이다. 둘째는 ‘현재 교수로 발언권이 있는 교수가 자기가 2년 있으면 퇴직할 것인데 퇴직한 뒤에 명예교수자리라도 얻으려면 자기의 후배를 뽑아 놓아야 도와줄 것이다’의 계산에서 학과 교수들을 간접적으로 으르고 협박하는 것이다. 본인이 재직 중에 제자에게 논문표절을 시켰고 자신도 중복 게재 등으로 비공식적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덮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 투표에서 숨어서 또는 뻔뻔스럽게 훈수를 두고 그런 훈수를 받고서 한 자리하려는 사람을 잘 판단해야 한다. 지금 이 말은 교육감 투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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