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젖어 노래에 젖어
봄비에 젖어 노래에 젖어
  • 김영수 기자
  • 승인 2008.03.19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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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엽 상임지휘자 합창교실 100여명 시민 북적
비가 내려오는 부분이에요. 비를 상상하면서 들어보세요. 여기는 백합입니다. 붉은 장미에요. 이 부분은 양떼입니다. 어때요 양떼 같나요?봄비가 내리는 19일 오전 11시.

정기연주회 연습으로 분주해야 할 울산문화예술회관 지하 합창단연습실에는 100명의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이들 시민들이 합창단 연습실을 찾은 이유는 김명엽 울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마련한 합창교실이 열리기 때문.

이번 합창교실은 김명엽 상임지휘자가 ‘지휘자가 느끼는 곡’에 대한 해석과 ‘일반관객이 받아들이는 해석’이 너무 달라 합창지휘자와 일반관객의 간격을 좁혀가기 위해 준비한 첫번째 프로젝트.

김 상임지휘자는 합창교실을 시작하면서 “결혼할 때 선을 보죠. 선을 볼 때도 3번이상 만나면서 정이드는 겁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것도 좋지만 좋은 것을 택해서 감상하는 것이 중요해요. 물론 금방 느껴지지는 않죠. 이 자리는 좋은 음악을 최소한 1번이라도 만나게 해주는 자리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합창교실은 오는 25일 제58회 정기연주회 공연되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중 봄 대한 참고 영상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독일어로 불러지는 작품이라 참가자들이 어려워 하는 기색을 보이자 김상임지휘자는 자신이 고등학때 교편을 잡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 했다.

“저는 음악시간때 자는 학생에게 아무런 말도 안했어요. 음악을 듣고 좋고 편하니까 자는 것 아니겠어요. 자는 사람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죠.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자지 않고 있는 사람은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죠.”

김 상임지휘자의 농담에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합창교실 참가자들 사이에 자리 잡은 시립합창단원들은 같이 악보를 보며 부연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대위법적인 합창 말이죠~”

김 상임지휘자가 말하는 오라토리오 사계의 감상법은 음과 말로 그림을 그리는 워드 페인팅(어화)과 톤 페인팅(음화)을 이해하는 것.

김 상임지휘자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의 합창곡을 통해 이 두가지를 설명해 나갔다.

“비가 내려오는 부분이에요. 비를 상상하면서 들어보세요. 여기는 백합입니다. 붉은 장미에요. 이 부분은 양떼입니다. 어때요 양떼 같나요?”

참가자들은 김 상임지휘자의 설명에 맞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감상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희조 선생의 뱃노래를 국립국악합창단의 영상물로 감상할 때에는 독창자의 열창에 마치 현장에 있는 듯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시간 30분을 계획했던 이번 합창교실은 김상임지휘자의 상세한 설명과 참가자들의 호응으로 인해 20분 가량 더 진행됐다.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발행하는 울산문예를 통해서 합창교실을 찾은 신승옥(중구 우정동)씨는 “연주회를 갈 때면 곡에 대한 사전에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번 합창교실을 통해 곡에 대한 사전설명을 들어 오는 정기연주회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김영수 기자

워드페인팅

말의 그림, 또는 어화(語畵)라는 뜻. 악곡에서는 개개의 말을 개개의 음으로 묘사하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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