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을 내리세요
값을 내리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0.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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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이 작년 9월 공산품 등 20개 품목에 대해 서울과 뉴욕, 런던, 도쿄 등 10개국 주요 도시의 소비자 가격을 분석한 결과 국산 쇠고기 등심이 국제시세보다 3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민층이 즐겨먹는 수입 바나나와 국산 삼겹살은 약 2배가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생필품의 가격인하를 위해 관련품목의 수입물량을 확대하고 관세를 인하할 방침이라고 한다. 최근 배추값이 폭등하자 관세율 27%를 전혀 물리지 않고 중국에서 100톤을 수입해 국내시장 가격을 조절했던 것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6년 지정된 언양·봉계 불고기특구가 특구지정을 취소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판매실적이 저조해서다. 지식경제부는 매년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특구에 대한 적격 여부를 가리고 있는데 평가를 통해 부진율이 2회 이상 계속되면 특구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상황이 이에 이르자 업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중이다. 암소만 고집하지 말고 종류를 다양화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매출 격감의 요인으로 새로운 형태의 업소인 소위 ‘초장집’을 지목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특구가 광범위해 집중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행정력 미비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언양·봉계 한우특구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제 이유는 비싼 가격 때문이다. 120g 기준 한우 숯불구이 1인분 가격이 2만~2만2천원 선이라면 웬만한 서민들은 특구 근방에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특히 그 비싼 쇠고기를 먹기 위해 언양, 봉계까지 일부러 나가려는 서민들은 더욱 없을 게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울주군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특구지역 간판을 정비하고 홍보해봤자 사정은 별로 달라질 게 없다. 서민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외양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것이다. 값을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 사람들이 북적거리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서민들이 즐겨 먹는 삼겹살 값도 많이 올랐다. 지난해 120g 기준 4천원~4천500원에서 올해 후반기 들어 5천500원~6천원선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에 수입 쇠고기는 7천원 선이다. 비싼 한우 대신 삼겹살을 찾았던 서민들이 수입 쇠고기를 찾기 시작하는 것은 다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서민들을 다시 언양, 봉계로 불러 들이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값을 내리는 것이다. 일반인들 그것도 지역민들이 북적대지 않으면 언양·봉계 불고기특구는 현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삼겹살, 수입쇠고기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싼 현 가격체제론 서민들을 끌어 들일 수가 없다.

지난 언양 한우축제에서 숯불구이 쇠고기가 120g 기준 1만7천원에 제공된 적이 있다. 그래도 비싸다. 울산 도심에서는 같은 중량이 1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역민들이 승용차로 시 외곽까지 구태여 찾아올수 있게 하려면 그 쪽 가격이 최소한 도심지역 가격과 비슷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고기의 육질과 양념 등이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업소 측의 생각일 뿐 일반 소비자의 생각은 다르다. 언양·봉계 한우불고기 특구를 ‘일반인은 함부로 갈수 없는 특별한 구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육질이 다르고 양념이 다르다고 해도 비싼 한우 암소고기 대신 값싼 수입 쇠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배추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중국에서 물량을 들여와 재래시장에 공급했다. 한 포기에 1만원을 호가하던 배추 가격이 지금은 6천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겨울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다음달에는 2천원선까지 폭락할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배추 재배 농가들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배추를 수입해 오는 정부에 항의해 배추밭을 갈아엎었을 재배 농가들이 입을 떼지 못하고 있다.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적정가격으로 내리겠노라고 나선 재배 농가가 한 군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언양·봉계 한우불고기특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다.

/ 정종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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