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은 어렵고 아이 자존심도 있고… ”
“형편은 어렵고 아이 자존심도 있고… ”
  • 권승혁 기자
  • 승인 2008.03.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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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 감면 신청, 부모 속 다탄다
“올해 일반계고교에 입학한 아들을 둔 오모(47·남구 무거동)씨는 요즘 한 가지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오씨는 아들이 재학 중인 학교에 학비감면신청을 해야 하지만 정작 아들이 극구 반대하고 있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수업료와 급식비 등을 합하면 1년에 약 200만원이나 들어가는 상황에서 아들을 달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울산지역 일선학교마다 저소득층 중고등학생들에 대한 학비감면신청을 받고 있지만 오씨의 경우처럼 신청을 망설이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신청 하지 말라며 떼를 쓰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보면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심지어 학생들이 학교에서 받은 학비감면신청서를 부모에게 보여주지 않아 이웃을 통해 알았다는 학부모도 더러 있다.

한 학부모는 “아들 녀석 몰래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하려 해도 마음같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소득증명서 사본, 지역의료보험료 영수증 등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들고 학교를 방문해야 되는데 혹 아이와 마주쳐 더 큰 상처를 주기 싫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 홈페이지 등 온라인으로 학부모가 직접 학비감면을 신청하고 우편으로 관련 서류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방법은 없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도 했다.

중구 한 고교 교사는 “최근 자녀 몰래 학비감면신청을 하고 싶다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곤 한다”며 “무리 하게 고민하기보단 담임교사와 상담을 통해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은 수업료와 학교운영비 전액을 면제받는 법정면제자외에 가구당 소득(가족 구성원 전체의 소득을 합친 것)이 월 164만5천600원 이하이고 직장 또는 지역의료보험료 납부액이 월 3만6천120원 인하인 차상위계층 가정의 중·고교생은 수업료와 학교별로 학교운영지원비 등의 학비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학비를 감면받으려는 학부모는 자녀가 재학 중인 학교에 지역의료보험료 영수증과 소득증명서 사본을 첨부한 학비감면신청서를 제출하면 각급학교 학생복지심사위원회에서 심의 선정해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지난해 울산지역 중·고교생중 전체 학생수의 17%인 3만356명의 학생들이 모두 69억9천800만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올해 더 많은 학생들이 학비를 감면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 권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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