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과학기술대학교의 미래
울산 과학기술대학교의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3.1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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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개교 예정인 울산 과학기술대학교가 2009학년도 신입생 모집 규모를 당초 1천명에서 절반을 줄인 5백명으로 결정하고 교육부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대학 측은 “제반 여건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원을 채우기보다 모집 규모를 줄여 우수학생을 유치키 위한 것”이라고 인원 축소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울산 과기대가 현 상태로 개교할 경우 본관과 자연과학관만 준공된 채 수업을 시작하는 ‘기형대학’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제반 문제점들은 작금에 와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태생적으로 내재돼 있던 부분들이다.

지역 현안이란 점을 들어 난감해 하는 노무현 정부에게 ‘억지로 떠맡기’다 시피 밀어붙인 졸속함이 첫째 요인이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설립의 타당성을 선뜻 인정치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태도를 견지했었다.

그러자 지역 내 추진위 인사들이 서명운동 추진과 함께 직접 정·관계 인사를 설득하고 나서자 노무현 정권 출범에 다수표로 기여한 울산지역 현안을 면전에서 거부할 수 없어 ‘축소인가’하게 됐다는 설명이 솔직하다고 본다.

설립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되 향후 운영 및 기자재 확보는 해당 법인이 해결키로 한 조건도 울산시와 지역민, 학생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안길 소지가 다분 했었다.

울산시는 임대형 민자 사업과 후원회 결성을 통한 법인설립으로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당장 4천억원에 이르는 기자재 비용 재원 마련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속성이 모호해져 가고 있는 정부 측 태도도 문제다. 현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국가적 경제 살리기에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지역 교육현안에 막대한 재원을 지원할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결국 남은 모든 비용문제는 울산 지역공동체가 부담해야 될 현안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내년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키로 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학교 측에 따르면 전국 상위 5%이내 학생 200~300명 확보와 최저학력 내신 2등급 이내의 신입생 선발이 목표라고 한다.

애당초 울산 과기대가 목표로 삼았던 대상은 과기대(KAIST) 라기 보다 포항공대 쪽에 가까웠다.

지방 공업도시에 있는 특수대학교도 전국 단위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항공대에서 확인하고 자신을 가졌던 것이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요건은 저렴한 학비, 우수한 시설, 졸업 후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요건은 풍부한 재원마련과 직결돼 있다. 포항제철이 그 동안 포항공대에 투입한 지원액은 무려 1조 8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관심을 갖고 지원을 했기에 포항공대의 오늘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포항제철에 버금가는 국내 기업이 울산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으면 울산과기대의 꿈은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울산지역 일각에서 “학교 설립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어 기대했던 것 보다 우수인재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 과기대가 지역인재를 흡수하는 수준에 그친다 거나 여타 대학과 경쟁관계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의 MIT’를 목표로 개교하는 과학기술대학교라면 지금보다 모집인원을 더 축소하는 일이 있더라도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것은 지방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일부 국립대 중 하나로 전락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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